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 네오픽션 ON시리즈 11
박해수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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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공포만화를 좋아하며 소설을 통해 자신만의 거대하고 괴기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 박해수 작가의 잔혹소설,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때, 제목부터 잔혹한데 의외로 재밌게 읽게 되는 소설이다.

어딘지 음울하고 좀 무서운 느낌인데 뭔가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화가 아닌 글로써 그 느낌을 전해 받게 되는 이 소설에는 7편이 단편이 있다. 어느 한편의 이야기도 놓치기 아까운 이 이야기가 우리나라 작가의 글이라는 사실이 왠지 기분 좋다.

일곱편의 이야기중 가장 인상적이며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는 세컨드 해븐 천삼백하우스! 누구나 꿈꾸는 그곳 땅속 깊은 곳에 자리한 천삼백하우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가난해야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이 전전긍긍 살아야 한다. 그렇게 들어간 그녀가 꿈꾸던 천삼백하우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가상의 세계, 그 사실을 알고서도 나오지 못하는 아이러니하고 아이러니한 이런 이야기라니! 세상 가난해야하는 사람의 꿈조차 가상이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잔혹한 현실을 비꼬는듯 한 이야기다.

이웃집 초인종 함부로 누르지 말자. 이웃집 문이 열리는 순간 내몸이 빨려들어갈지도 모른다. 가난에 찌들어 사는 특권으로 천국같은 지하세계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그게 진짜가 아닐수 있음을, 혹시 다른 시공간의 나랑 똑같은 내가 내집에 나타난다면 얼른 지하실로 내려가 보시길, 차원의 문이 열려 있을지도 모른다. 내몸 어딘가에서 뼈가 자라나와 땅속에 뿌리를 내린다면? 메이드 로봇이 칼을 들고 덤빈다면? 노노노 절대 상상하고 싶지 않음.ㅠㅠ 영원히 죽지 않는 세상이 된다면? 안죽는다니 더 끔찍!

오싹하고 끔찍하고 때로는 잔인하고,,, 이야기속을 파고 들어가보면 허상인줄 알면서도 그걸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가, 남들과 다른 누군가를 무시하는 사회의 부조리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집이란 따뜻하고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는 그런 공간인줄만 알았는데 현실속을 파고들어 인간의 민낯을 낯낯이 드러내보이는 작가의 필력! 끔찍하고 무시무시한데 진짜 재밌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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