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진심인 작가가 있다. 잃어버린 영혼 이후 5년만에 잃어버린 얼굴로 다시 찾아온 올가 토카르추크와 요안나 콘세이요가 바로 그런 작가다. 짧은 글과 혼돈의 그림속에 숨은 은유를 알아채게 되면 누구나 충격을 받게되는 그림책을 만들어낸다.

얼굴이 또렷한 한 남자, 누구나 좋아하는 얼굴을 가지고 거리에 나서기만 해도 모두가 친구가 되는 그는 상품이 잘 팔리는 얼굴이라고 광고에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도 그가 누구인지 그의 이름이 무언지 기억하는 이는 없다. 어느날 거울속에서 희미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 그는 가진 돈을 다 털어 불법으로라도 또렷한 얼굴을 되찾으려 한다. 그렇게 되찾은 얼굴로 카페에 들어선 그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책장을 넘기면 추억의 흑백 사진이 마치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펼쳐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데 간혹 등장하는 규칙도 없고 이유도 모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고 둥근점이 점점 불편하게 여겨진다. 까맣고 둥근점때문에 소중한 무언가가 망가지는것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든다. 펼쳐 볼 수 있게 만든 구멍난 페이지는 타인의 사진을 엿보는 내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곧 익숙해 질거야.‘

마지막 한 문장까지 충격이다. 내얼굴이 사라지고 누구나 똑같은 얼굴을 갖게 되었음에도 그조차도 익숙해진다니...ㅠㅠ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조금 잘 못 찍은 나를 버리고 내얼굴 같지 않은 나를 선택하는 세상, 게다가 서슴치 않고 타인의 시선에 맞춰진 내 얼굴로 바꾸려 하는 이런 세상에 익숙해지는 우리라니!ㅠㅠ

컬러의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아래 어딘지 외롭고 쓸쓸해보이는 흑백의 사진이 대조적이면서 혹시 내 모습도 여기어디에 있는건 아닌지 여러번 살피게된다.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작가의 연필선이 드라나는 세심한 그림이 역시나 매력적이다.

사진을 찍으면 얼굴을 빼앗기게 된 이 세상에서 내 얼굴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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