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가지 즐거움‘
스물세가지 일상과 스물세가지 지혜를 한시와 함께 만나는 이 책, 한시라고 하면 어려운 학문으로만 여겨 부담스러웠는데 한시를 일상과 접목해서 만나게 된다니 조금은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기분이다. 순서에 상관없이 지금 일상과 어울리는 부분이나 혹은 구미가 당기는 부분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바람에 사립문이 쾅 닫히자 제비 새끼 놀라고
소낙비 들이치니 골 어귀 어둑해지네.
푸른 연잎 삼만 장에 한꺼번에 쏟아지자
후드득 온통 갑옷 부딪는 소리로다.‘
노긍/소나기

소나기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아 펼쳐 읽었는데 갑자기 순식간에 날이 어둑해지고 소나기가 우두두 쏟아지는 장면이 펼쳐진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지금이 만약 땡볕 더위라면 너무도 반가운 한시가 아닐 수 없다. 뒤이어 이어지는 무더위의 한시에서는 조상님들도 푹푹찌는 무더위가 짜증이 나고 강추위편에서는 따스한 봄을 기다리며 추위를 이기는가 하면 온기를 나누는 따스함도 엿보게 된다.

한여름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인간의 삶을 통찰해 내고 소를 타고서야 코끝을 스치는 풀향기를 느끼고 냉면 한그릇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가 하면 옛사람도 고기에 냉면을 곁들여 먹는 모습에 우리와 다르지 않음에 반가운 마음이다.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송년을 보내고 달력을 보며 한해한해 나이들어가는 서글픔과 세월의 무상함을 담아 내기도 하는 한시!

한시가 고상한 내용만 담은 것은 아니다. 남녀의 은밀하고 격정적인 밤을 담은 에로틱한 한시도 있다. 사랑의 증표로 상대의 팔뚝을 깨물기까지 했다는 이야기에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만들어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기가 차면 시집가야 하는 옛시절에 노처녀의 서글프고 복잡하고 답답한 심정을 담은 한시 속에서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현대와의 세대차를 실감하게도 되고 첩이 당연시 되었던 조선시대에는 첩을 얻을때 축하의 한시를 지어주기도 했다는 사실에 뜨악해지기도 한다.

한시를 좀 더 쉽게 풀어주는 일상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 삶과 닿아 있어 일상 에세이를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한시 이야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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