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 오랜만에 만난 에쿠리 가오리의 신작 장편소설의 서두는 세사람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추리소설 같아 보였는데...

시노다 간지는 여든여섯살, 시게모리 츠토무는 여든살, 미야시타 치사코는 여든두살! 오랜동안 우정을 이어오던 세 친구가 두달만에 한자리에 모여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며 옛시절을 추억한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같은 분위기로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고 뉴스에서 이들 세노인이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속보가 흘러나온다. 마치 뒤통수를 한대 맞은것만 같은 이런 느낌이라니...ㅠㅠ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라고 말하는 이 세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이야기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세 노인의 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되고 또 부모와 스승 또는 동료를 잃은 사람들의 상실감을 마주하는 방식을 엿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이며 할머니 할아버지, 스승이고 동료였던 사람의 동반 자살 소식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죽음에 대한 슬픔이 먼저라기보다 왜 자살을 해야했는지를 따지게 되고 친구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세사람의 인연에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그 와중에 세 노인의 공통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만남이 생기고 한동안 멀어졌던 가족과 재회도 하게 된다. 충격적이었던 세사람의 죽음은 그렇게 서서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묻히게 된다.

​‘결국 죽음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 따라서 하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 ,p273

옮긴이의 이 말에 고개 끄덕이며 책을 덮는다. 미스터리추리소설을 읽듯 책을 펼쳤던 나는 세사람의 죽음은 그들만의 것으로 그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그들이 삶을 추억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여기기로 한다. 마치 미스터리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책을 펼쳐 죽음을 맞이하는 세사람의 이야기와 가까운 이를 잃은 상실감에도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우리네 인생 그 자체가 미스터리구나 하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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