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후 읽게 된 그녀의 단편소설집 역시 인상적이다.

국내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만나게 된 프랑수아즈 사강의 단편소설집에는 총 19편의 짧은 소설이 등장한다. 한편 한편의 이야기들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사랑하고 늙고 병들고 뜻하지 않게 이별하고 마는 우리 삶의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이 각각의 소설속 주인공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너무나 생생해서 어쩌면 프랑수아즈 사강의 삶의 한단면을 들여다 보는것만 같다.

친구 커플과 함께 사냥을 떠나게 된 부부, 두 사람에게는 결혼하고 세월이 흐른만큼 서로에게 신뢰가 아닌 의심과 불안이 자리잡고 만다. 아내와 친구의 관계를 질투한 나머지 친구를 죽이고 싶어했던 마음을 사냥감을 쫓으며 풀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내에 대한 옛추억을 떠올리면서 결국 사냥감을 놓아주게 되는 과정들이 인생의 묘미를 보여주는것만 같다.

나이가 20세나 차이가 나는 중년이 부인이 젊은 애인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불경스럽다기 보다는 참 안쓰럽게 다가온다. 누구나 나이를 먹기 마련이고 그 혹은 그녀 또한 한때 젊었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다. 젊었을때에는 그게 거저 주어진줄로만 알뿐 나이 듦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 늙었음을 인지하게 될때 겪게 되는 상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 이야기도 외출을 다녀온 여자가 바람을 피운 남편의 상대가 남자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등 짧지만 강렬하고 흥미로운 단편들이다.

생의 한귀퉁이를 돌아 나가는 순간을 담은 단편들, 길모퉁이 카페에 앉아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어떻게 나아가야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들, 역시 프랑수아즈 사강 답다는 생각을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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