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여행은 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면 그대신 나이 쉰에 혼자 제주한달살기를 다녀온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를 펼쳐봐도 좋을듯, 막걸리와 김밥한줄 필수!



책제목이 무척 반어적이다. 불량한데 명랑한 유배라니!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한다는데 이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진짜를 만나게 된다. 저자의 제주 혼자 여행에는 늘 김밥과 막걸리가 시그니처가 되어주는데 거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한달의 여행이야기에서는 그 이유를 모른채 그저 불량 주부의 명랑한 제주 여행만을 만나게 된다.



‘구름의 속도로, 바다의 마음으로, 나무의 숨으로, 길의 이야기로, 나는 여행을 곧잘 한다. 혼자일 때 더 잘한다. 가난하고 자유로운 여행, 하찮은 그러나 괜찮은 여행. 남은 날의 모든 여행이 하찮고 또 괜찮길‘ -p130

제주에서 한달살기, 딸이 민망해서 입지 않는 초록치마를 의상탈출이 일상탈출이라며 입는다. 길을 잃어도 좋고 객이 되어 객을 맞이하고 현지 미용실에서 진짜 아줌마 빠마도 한다. 불현듯 만나는 풍경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추억하고 개에게 길이 막혀 돌아가기도 하고 마스크를 잃어 다시 찾으러 가기도 한다.




생각지 못한 좋은 길을 걸으며 공짜로 쓰는 자연에 감사하고 혼자하는 여행이지만 오며가며 스쳐지나가듯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살고 싶은 제주의 소박하고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 오름을 오르며 뜻밖의 행복을 맛보게 된다.




가급적 지구를 위한 걸음을 걸으려 노력하고 비건은 아니지만 얼굴있는 것들을 먹지 않으려 애쓰고 제주에서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며 함께 아파하고 매일의 여행뒤에 잘한일과 못한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늘 상으로 제주 막걸리를 마시는 저자의 여행이야기에 내가 더 취하게된다.



그렇게 여행이야기가 끝나나 했는데 그제야 시작되는 제주 혼자 여행의 진짜 이야기에 먹먹해진다. 나이 50에 쉰잔치를 남편 잘못 키운죄로 유배간다며 혼자 하는 제주한달살이를 선물하는 이런 사람이라니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커다란 아픔이 있을줄이야! 어쩐지 여행이야기의 언저리에 서글프고 애틋한 것들이 구름처럼 걸쳐져 있더라니...



‘오십엔, 제주가 제철입니다. 여행이 제철입니다. 주저말고, 떠나셔요. 저절로 술술, 잘 풀릴 거에요. 여행도, 인생도.---p225작가의말

제주를 종종 가지만 혼자 간적은 없다. 만약 혼자 간다면 어떤 여행이 될까? 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여행에세이! 작가의 마지막 말에 힘입어 없는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한번쯤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제주여행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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