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이미 10여년전에 세상을 떠나버린 박완서 작가님의 글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참 소박하지만 진솔하다는 생각에 부담없이 읽힌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 쓴 수려한 문채라거나 강렬한 임팩트가 있는 그런 문장이 아닌 읽으면서 뭔가 가슴을 울리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편안하게 읽힌다. 숨김없이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문장들이 아름답게 여겨지고 오랜 여운을 남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작가님만의 진솔함에 반한다. 혼자만의 산책을 즐기지만 지나고 보니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사람 다닌 흔적이 드문 호젓한 오솔길을 자연을 벗삼아 새소리 들으며 홀로 걷는다 생각했지만 어느날 잃어버린 열쇠를 누군가 나무가지에 걸어놓은 걸 발견하고 누군가 함께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고 말하는 그녀! 나또한 요즘들어 혼자하는 산책을 즐기지만 곁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온기에 함께임을 깨닫곤 하는데 박완서 작가와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사십대의 비오는 날을 추억하는 글을 읽으며도 그랬다. 한번도 거지에게 동냥을 줘본적이 없다고 솔직히 말하면서 그런 스스로를 자책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사람의 소박한 인간성이 거울철의 뜨뜻한 구들목이 그립듯이 그리워진다‘는 그녀의 문장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내 나이 40대의 비오는 날을 떠올려보려하지만 비오는 날을 귀찮아했던 것 외에 그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울뿐! 역시 글을 쓰는 작가는 옛추억을 불러오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듯 하다.

그녀의 에세이에는 아이너리하면서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보통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혼기가 꽉찬 딸의 짝으로 그저 보통 사람을 원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마에 뿔만 안달리면 다 보통 사람‘이라고 대답하겠다는 그녀의 문장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나 또한 늘 보통 사람이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내가 가진 보통사람의 기준이 턱도 없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곤 하니까!

한편한편의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며 소박하도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런 저런 내 이야기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소소한 일상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살아나게 만드는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에 힐링하게 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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