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미래의 나의 눈을 추억에 머물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진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적어 내는 작가의 글은 사진을 보는 또다른 시각을 자극하고 때로는 청각과 미각까지도 끌어들여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사진 에세이는 사진을 찍은 이와 나만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소통일지도!

사진이라고 하면 멋진 풍광을 떠올리겠지만 작가는 일상의 조각들을 담았다. 늘 지나다니는 길목, 혹은 스쳐지나가던 건물이나 계단, 삐죽이 자라는 화분, 얼기설기 얽힌 전선줄, 어슴프레한 풍경이나 한줄기 빛등 그냥 그런 사진들인거 같지만 짤막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새롭게 바라보고 나만의 추억이나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바다처럼 살자. 흐르는 물이 되자.

추억하는 마음이 그때로 데려다 주기도 해요.
추모하는 마음이 그대를 데려다 주기도 해요.
잠깐이지만 나는 우리로 돌아가요.‘

작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진기를 들게 만든 풍경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아니 오히려 친근하게 여겨지는 사진들이다. 그리고 뭔가 여운을 주는 듯한 문장들이 그럴듯하게 들리고 혹은 아리송하게도 들리고 때로는 전혀 다르게도 들린다.

‘사진과 나 사이에 세상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죠.‘

사진으로 소리를 듣는다는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다 이 문장에 덜컥! 그저 멈추어버린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진과 나 사이에 분명 존재하는 세상의 소리들! 왜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았을까 하고!

좀 긴 문장의 에세이는 글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이 책, 속도가 너무 빨라 어느새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리고 있을지도 모를 그때의 흔적들을 따라 천천히 걷게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에세이
#속도를가진것들은슬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