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젤로 예쁘다고 하면 활짝 핀 꽃을 떠올리기 마련,
그런데 이 할머니의 말에 수긍이 가는건 왤까?
사실 모란을 기다리는 그 시간마저 꽃은 예쁜거고
막 피기 전의 꽃봉오리도 예쁘고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막상 꽃이핀걸 보지 못한,
떠나 있던 그 순간 정말 젤 예쁘게 피었을 꽃!
꽃이라는 단어에서조차
꽃의 아름다움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아름다움의 순간들!
사랑도 그러하다는 것을....



"모란이 피어 있는 건 고작 닷새뿐이라는 얘기야. 삼백예순다섯 날 빼기 삼백예순 날이면 닷새. 그것도 한 송이로 치자면 딱 사흘뿐이야. 진짜. 사흘, 그리곤 뚝뚝 떨어진다고.뚝뚝. 그 큰 것이 말이야. 아휴. 모란이 아름다운 건 그 때문이야. 지고 나면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야 해서. 긴 기다림이있어서 더 아름다워지는 거지. 그런데 모란이 진짜로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 줄 알아?"
할머니가 또 물었다. 미르는 또 고개를 저었다.
"여행을 떠났을 때야." 할머니가 말했다. 
"어느 5월 아들내외가 오라고 성화를 해서 미국에 갔었지. 그때가 하필 5월이었고 모란이 필 때였어."
미국의 아들네 집에도 이런저런 화초가 피어 있었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두고 온 모란이 보고 싶어 그만 며칠 잠을 설쳤다고 했다. 수척해질 정도로.
"모란이 제일로 예쁠 때는 말이지…… 보고 있지 못할 때야 그걸 알았어."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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