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볼때 그냥 내느낌으로 먼저 보고 해설을 들으면서 보게 되면 완전 새로운 그림을 만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다.

어떤 그림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가 하면 어떤 그림은 보는게 괴로울때가 있다. 특히 그림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고 더 좋아지는 그림이 있는데 이 책은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으로 마치 미술관 해설을 듣는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큰 고통마저 녹이는 불, 깊어가는 저녁, 깊어가는 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내면의 불을 지닌 이들이 있습니다. 고통은 이들에게 이 불을 끄는 찬물이 아니라 불을 더 타오르게 하는 기름이 됩니다. p47

밀레의 만종 그림은 어두운 농부의 기도하는 모습과 그 뒤로 환상적인 노을이 대비가 되어 보는 순간 먹먹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저 농부의 일과의 마지막 순간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그림이려니 하는 생각을 했다면 그림속에 숨겨진 진실을 듣고 완전 다른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기도하는 농부 앞에 놓인 바구니에 놓인 것이 원래는 아기의 시신이었다는 이야기에 그동안 나는 왜 이 그림이 그렇게 먹먹했는지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깊이 머리 숙인 부인처럼 머리를 숙이고 두손 꼭 모아 부부와 함께 기도하게 되는 순간이다.

뭉크의 절규를 보면 정말 어느 공포영화 못지 않은 얼굴 표정과 흐물거리는 배경과 뒤따라오는 두 사람의 정체가 저승같아 보인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절망이랑 희망이 없으면 그려 낼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새로운 눈을 뜨는것 같다. 절규라는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 내는 글을 읽으며 나 또한 그림속에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의 가닥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뒤집어 보게 되는 놀라운 현상이다.

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해 병원 신세를 지고 죽어서도 가족 무덤에 묻히지 못하는 처절한 삶을 살다갔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희망의 그림을 그려낸 고흐, 그의 노란 해바라기 그림을 특히나 좋아하는데 그림속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사람들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노란빛이 특히나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 해바라기 그림은 정말이지 살아 움직일거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그만큼 고흐는 자신의 삶이 너무도 절망적이지만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외국의 그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그림과 함께 그림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 한편으로 마무리를 짓는 참 낭만적인 그림 해설책, 이제는 어디서건 그림을 보면 그 그림속에 숨은 뜻을 먼저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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