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다고 한풀 꺽인거 같은 오늘, 창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이른다섯 수녀님의 닭들과의 일상을 담은 책을 펼쳐든다.

시원한 아이스티와 함께 수녀님이 들려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닭장이야기에 흠뻑빠지게 되는 닭장 일기! 문득 어릴적 우리집 마당에 있었던 닭장이 떠오르고 수컷의 닭울음과 병아리들의 삐약거림이 들리는듯 하다. 그때는 그닥 닭장에 관심이 없었는데 수녀님의 닭장 일기를 읽다보니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일상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잔잔하게 그려진 삽화가 드문드문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닭장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책읽기가 더욱 즐거워지는 닭장 일기! 서열 정리당한 두번째 수컷의 운명에 안타까워하고 실수로 달걀을 깨트리고 스스로 반성하고, 징그럽고 무섭지만 지네를 잡아 닭모이로 주고, 정성스럽게 기른 닭을 먹을까말까 고민하고, 다 죽어가는 병아리를 살리려 전전긍긍하고, 부화 못한 알이 어떤건지 몰라 고민하면서도 오늘도 닭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기도하는 수녀님의 닭장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매일매일 들여다보는 닭장이지만 자연을 벗삼고 주변을 어우르는 닭장의 매일매일 이야기는 새롭다. 살아있는 생명을 돌보면서 인간은 어쩌지 못하는 닭들의 삶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통찰하는 수녀님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는것만 같다. 학교앞 병아리 장수에게서 사들고 온 닭을 한동안 애지중지 키우며 매일 들여다보며 신기해했던 우리 아이들이 닭이 병들어 시름시름 앓게 되자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물도 주고 품어도 주며 안쓰러워하던 그때의 기억까지 닭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는 닭장일기다.

수녀님들의 매일 들여다보는 닭장과 일상의 이야기가 잘 버무러져 잔잔하고 부드러운 삽화와 함께 펼쳐지는 참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녹녹해짐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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