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힘든 요즘,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를 추억하며 방콕여행을 즐기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행을 추억하다보면 여행지에서 본 풍경보다 그곳에서 있었던 뜻밖의 일들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다양한 지구별 여행자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 그래도 여행은 꽃핀다.
40대 직장맘에서부터 60대 은퇴한 사람에게 이르기까지 인생의 한고비를 넘고 있거나 이미 넘긴 사람들이 들려주는 여행이야기는 그 무게감이 보통의 여행에세이보다 묵직하다. ‘나때는 말이야‘ 하고 시작하는 것 같은 좀 꼰대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같은 세대에 속하는 나에게 이들이 들려주는 여행이야기는 비슷한 경험을 했던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달리하게 하거나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쓸만큼 벌었으니 잘 되던 사업을 후배에게 넘기고 마도로스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여행자의 이야기에서는 부러움도 느끼지만 열심히 살아낸만큼 스스로 즐기며 사는 모습에 멀지 않은 나의 미래를 엿보는 것 같아 기대감이 싹트게 된다. 중매로 만나 결혼을 하고 서로 잘 맞지 않아 힘들었던 결혼 초반을 돌아보며 아프리카에서의 여행을 통해 함께 또 따로 여행을 즐기는 지혜와 서로가 다름을 받아 들이는 삶의 자세를 배운다. 혼자만의 여행에 앞서 두려움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우러져 여행하며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삶의 무게를 비우고 내려놓게 됨을, 1년에 한번 직녀가 되어 남편이 있는 해외로 날아가 함께 여행을 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언젠가는 함께 할 그들의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책속에 등장하는 여행자들의 모든 이야기들이 문장의 쓰임과 여행의 추억이 하나하나 달라 읽는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여행이야기는 이현숙 저자의 ‘우리의 늦은 방학‘과 마라톤 완주를 인생 여행처럼 펼쳐 놓은 권순범 저자의 ‘105리길을 아시나요‘ 두편이다. 이현숙 저자의 여행이야기는 결혼을 하고 서로 맞지 않는 남편과의 힘겨운 상황을 겪어온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이야기라 공감이 되는데다 아프리카라는 남들은 잘 가지 않을 여행지의 풍경들과 서로가 다른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고 권순범 저자의 이야기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마다 자신만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글이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는 이야기를 출발과 함께 각각의 포인트마다 가족을 떠올리고 자신의 청춘시대를 떠올리고 또 어른이 된 스스로를 돌아보며 펼쳐보이는 흥미로운 글이다.

사람들은 잘 모를거다. ‘사만이천일백구십다섯걸음‘ 그 셀레임을, 누구는 새벽시장에 가자미 사러 가는 일로 설레듯 나는 424.195걸음을 생각하며 가슴이 뛴다.
나는 오늘도 ‘백오리길 여행‘을 꿈꾼다. -p121

42.195키로의 여행길에서 나는 어디쯤 뛰어가는 중인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인생을 여행처럼 즐길 수 있는 저자의 자세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맘대로 여행을 할 수 없는 지금, 그동안의 여행을 추억하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다음 인생여행을 계획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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