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5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여태껏 혼자 살아본적이 없다. 어려서는 부모와 함께 살았고 결혼을 하면서 독립된 가정을 일구었으며 아이들이 장성한 지금도 역시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나도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혼자 살게 된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1인 독립생활자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합정과 망원사이! 자신과 주변의 일상 이야기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 놓은 이런 에세이를 읽으면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고 특히나 나처럼 혼자 살아본적 없는 사람에게는 마치 간접적인 삶을 경험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게 한다.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잣대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혼자서 독립된 삶을 살아가면서도 이웃 혹은 누군가와 소통하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취향껏 꾸려 갈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잰틀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쫓겨가듯 집을 옮겨다니게 되지만 그래도 아예 떠날 수 없어 비싼 세를 주고서도 삶의 터전으로 삼게 된 합정과 망원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걸까? 한동네에서 살아가다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자주 찾던 동네 놀이터에서는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누군가를 알게 되고 인터넷 플램폼을 통해 모임에 가입하고 함께 술한잔을 즐기기도 한다. 한둘쯤 서로 편하게 집을 방문해서 수다를 즐길 수 있는 동네 친구도 만들게 되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곳에서 위층 할머니를 만나 서로 말동무가 되기도 한다. 문득 1인 독립생활자지만 누군가와의 소통을 풀어 놓는 글을 읽으며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다소 아니 아주 불편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 꼬집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식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도 종종 등장한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피해갈 수 없는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갖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음에 대항해 보지만 결국 제발 잠자는 밤에만은 참아달라고 신에게 호소하게 되는 정도로 마무리 된다는 것을. 자취라는 말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부정적 시선을 딱 꼬집어 비판하고 있으며 어느정도 사회 규범에 벗어나지 않은 노브라에 대한 예찬은 나 또한 같은 불편함 속에 살아가는 여자로써 백분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다. 집에 오자마자 벗어던지게 되는 브라로 부터 해방되는 세상이 얼른 오기를!

이사를 자주 하게 되지만 그래도 한동네에 머물게 되면서 단골로 삼게 되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살짝 힌트만 준 맛집에 한번쯤 찾아가보고 싶어지고 저자의 삶이 담겨 있는 동네 골목을 거닐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합정이나 망원까지 갈일이 아니다. 남의 동네가 아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우리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사람살이를 엿볼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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