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꽃터지는 봄에 딱 어울리는 책,
박완서 작가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꽃을 테마로
그 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
꽃사진도 이쁘고 꽃에 대해 알게 되는 책!
무엇보다 박완서 작가의 문장을 만나니 더 좋은 책!

소곤소곤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이 행복이라는 거아닐까, 나는 그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까웠다. 가만, 가만 저 소리 안 들려? 나는 입도 뻥긋 안 했건만 그이는 한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하면서 청각을 곤두세웠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 다만 지훈이의 나스르르한 앞머리가 가볍게 나부끼는 걸 보았다. 아아,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였어. 그이가 비로소 긴장에서 해방된 듯 가뿐한 소리를 냈다.
그때 나는 민들레꽃을 보았습니다. 옥상은 시멘트로 빤빤하게 발라 놓아 흙이라곤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 송이의 민들레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습니다. 봄에 엄마 아빠와 함께 야외로 소풍 가서 본 민들레꽃보다 훨씬 작아 꼭 내 양복의 단추만 했습니다만 그것은 틀림없는 민들레 꽃이었습니다. 나는 하도 이상해서 톱니 같은 이파리를 들치고 밑동을살펴보았습니다. 옥상의 시멘트 바닥이 조금 패인 곳에한 숟갈도 안 되게 흙이 조금 모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흙을 찾아 공중을 날던 수많은 민들레 씨앗 중에서 그래도 뿌리내릴 수 있는 한 줌의 흙을 만난 게 고맙다는 듯이 꽃은 샛노랗게 피어 달빛 속에서 곱게 웃고 있었습니다. (…) 흙이랄 것도 없는 한 줌의 먼지에 허겁지겁뿌리 내리고 눈물겹도록 노랗게 핀 민들레꽃을 보자 나는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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