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그저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닌듯. 음식을 보는 순간 수저를 든 양손을 꼭쥐게 되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부터 뽀오얀 김이 올라오듯 뭔가가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 된다. 거기에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배경이 되어주고 함께 한 사람들이 등장인물이 되어주는가 하면 다양한 이야기가 조미료가 되어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되는 음식 관련 에세이!

제목이 무척 긴 이 책은 의외로 직설적이고 간단 명료한 문체로 음식 관련 이야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가볍다거나 시시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저자의 소신이 엿보이는 음식에 관한 짤막한 에피소드에는 정말 다양한 음식을 접하게 되는 이야기와 사람 혹은 어느 장소에 대한 추억과 새로운 경험과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함께 공존한다. 또한 생소한 메뉴들을 접하게 되면 인터넷 창을 띄워 검색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맥라이언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빵과 빵 사이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선택하고 주문한다는 샌드위치에 대한 이야기에서 오래전에 보았던 그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있었나하는 생각을 하고 평소 즐겨먹는 샌드위치를 떠올려본다. 하와이의 대표 음식이지만 들어는 봤으나 먹어본적 없다는 스팸무스비, 계란밥이라고 하기보다 달걀밥, 진짜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 아닌 사람, 누군가에게는 담배가 수프같은 것일 수도 있는 기호식품, 들깨탕 맛에 반해 깨있는 인생을 살게 된 이야기 등등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음식에 관한 사소하지만 낯설지 않은 어떤 주관들을 엿보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꼭 사온다는 살라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스페인의 하몽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 맛을 딱 꼬집어 표현하기란 쉽지가 않은데 저자는 맛에 대한 표현이 무척 자연스럽다. 또한 자신이 맛보지 못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나 먹어봤지만 취향이 아닌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음식에 얽힌

‘잠시 멍해졌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법에 대해 그 순간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지는 것, 손해 보는 것, 미안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내가 생각나게 만드는 것… 내가 잘 하지 못하는 하고 많은 일들 중 하나였다. 나는 지지 않아서, 손해 보지않아서 잃었던 마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기꺼이 내게져준, 그래서 아직까지 내 마음에 들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생각했다.
마음의 샘법은 수학의 샘법과는 좀 달라서 줄어들면서 늘어나는 게 있는 것이다. 이런 샘법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나는 수학에 흥미라는 걸 가질 수 있었을까?‘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듯한 문장의 표현들이 흥미로운 이 책, 내가 그동안 먹어보고 들어보고 만들어본 음식에 대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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