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듯국이 나왔다. 몽실몽실한 세 개의 만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는 삽살개의 털만큼이나 눈부시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만두였다. 애호박과부추와 두부가 많이 들어간, 물기를 꽉 짜지 않은, 그래서 밀도가 높지 않은 만두, 만두의 귀퉁이를 숟가락으로 떼어내어입안에 넣었다.
몰캉몰캉하다. 이 만족감, 구름에 올라탄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구름, 따뜻한 구름 같은 게 있을 수 있나? 구름은 비나 눈이 되기 위해서 하늘에 고여 있는 것뿐인데, 어쨌든 기분이 그랬다는 말이다.
충만감에 휩싸여 있는 내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주문을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던 문제의 면사리를 들고서. 주문은 안 되지만, 서비스라고 했다. 맛있게 드셔달라고했다. 담담한 말투로,
그 면사리라는 것은 그냥 함흥냉면이었다. 함흥냉면의 면사리는 비빔 양념이 얹혀 있어서 함흥냉면과 다를 게 거의없어 보였다. 애초에 면사리를 주문했던 것은 만둣국에 냉면을 말아 먹으려 했던 것이었지만(그러니까 어복쟁반을 먹을 때냉면 사리를 추가하는 것처럼), 함흥냉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는… 함흥냉면을 좋아하게 되었다. 결정적 순간이랄까.
잠시 멍해졌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법에 대해 그 순간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지는 것, 손해 보는 것, 미안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내가 생각나게 만드는 것… 내가 잘 하지 못하는 하고 많은 일들 중 하나였다. 나는 지지 않아서, 손해 보지않아서 잃었던 마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기꺼이 내게져준, 그래서 아직까지 내 마음에 들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생각했다.
마음의 셈법은 수학의 셈법과는 좀 달라서(산수라고 해야겠군요.), 줄어들면서 늘어나는 게 있는 것이다. 이런 셈법이있는 줄 알았더라면, 나는 수학에 흥미라는 걸 가질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이것만은 알 수 있다. 누군가와 소주를 마시고싶을 때는 이 집이 먼저 생각날 거라는, 접시 만두와 빈대떡을 시켜놓고서 말이다. 함흥냉면도 안주로 시킬 것이다.
같이 소주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찬바람은 만두로 만들어진 내의를 입은 사람에게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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