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 이야기를 읽는것같은 문장들을 만날때가 있다. 우리의정류장과 필사의 밤이 바로 그런 책! 자신의 삶은 뒷전으로 한가정을 책임지고 살림을 하며 사는 주부라면 공감하게 될 문장들, 어쩌면 책 제목처럼 지금 살아내고 있는 삶의 정류장에서 나의 삶이라는 정류장을 찾아가는 이야기인지도!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 아닌 이별을 하고 자신의 버거운 삶을 살아내는 그녀, 살림을 도맡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시를 쓰고 싶어하는 그녀의 삶은 어찌보면 무기력해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치열한것도 같아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삶에 치여 산다는 느낌을 받는다. 살림과 육아에 치여 사는 치열한 삶, 왜 그녀는 그런 삶을 택해야만 했을까? 살아가다보면 내 뜻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을 마주할때가 있다. 나 또한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에서 벗어나 나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의 나에게 어떻게 할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책!

​‘아침에서 저녁으로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듯이‘

스르륵 아무런 거리낌없이 스며드는 작가의 문장들, 이별을 잘 극복하지 못해 그사람과의 추억 언저리를 서성거리는 그녀의 상태를 보여주는 문장들에도 공감하며 사랑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하듯 이별 또한 이유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사랑의 흔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오게 된다.

‘나는 왜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였을까. 넉넉하지 않은 집의 장녀로 자랐으면 다른 세상으로나아가려는 욕망을 품었음 직도 한데, 그도 아니면 답답한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해봤을 법도 한데, 나는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었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
이 한문장이 내게 와서 콱 박혔다. 나 또한 아무런 하고 싶은것도 없었으며 가난한 집의 장녀로 자랐지만 그런 환경을 박차고 나가겠다는 욕망을 품어본적도 없었으며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했던 아이! 벽지의 무늬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보며 무언가를 상상하고 종이의 빈 공간에 아무런 의미없는 낙서로 가득 채웠던 지금의 내 모습과는 참 많이 달랐던 그때의 나를 잠시 돌아보게 되었던 문장! 그랬던 내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체바퀴돌듯 살림과 육아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다 살림과 육아에 발이 묶여 스스록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던 그녀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독립을 선언하고 스스로를 가두었던 올가미를 벗어던지고 매일 밤 시를 쓰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나스스로의 삶을 뒷전으로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건 어쩌면 핑계일뿐이지도, 진짜 스스로의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 삶에서 독립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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