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며칠 연이어 기분까지 축축 쳐지는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소설을 만났다. 여름, 하면 우선 강렬한 태양이 퍼뜩 떠오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축축하고 꿉꿉한 습기가 함께 떠오른다. 그런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 소설!

어찌어찌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민은 임대로 내놓은 빈집을 다니며 잠깐 동안의 짧은 생을 살다가 나온다. 그중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곳은 목수의 손때가 묻은 가구가 진열된 가구점으로 역시 비어 있다. 그리고 그 가구점을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또 한사람 수호! 그는 가구점 목수의 아들이다. 만날듯 만나지지 않는 두사람은 서로 교차하듯 그곳에 머물며 서로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지만 암묵적으로 서로를 받아 들이면서 이 여름을 살아낸다.

​민은 가구점에 머물면서 가구를 만들었을 목수의 삶을 떠올리고 눈물을 흘리고 승무원이 살았던 공간속에서 승무원복을 입고 30분동안 그녀의 삶을 살아 보거나 인기척이 없어 비어 있는 집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가족에게 버림 받듯 홀로 남겨진 은희 할머니와 인연을 맺게 되고, 할머니로 인해 의도치 않게 몸이 성치 않은 같은 빌라 동욱을 챙기게 되는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속에 잠시 머물거나 소외되고 홀로 남겨진 사람들을 챙기는 등 보통 사람은 생각지 못한 삶을 살고 있으며 목수의 아들 수호 또한 입대하기전 남은 시간을 우연히 습득한 지갑에서 발견한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 가고 있다.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 혼돈 속에서 살다가 쓸쓸하게 죽었던 오직 나만의 거주지, 여름‘

이 소설이 여름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소설속 시간적 배경이 여름이어서이기 보다 다른 사람이 살던 빈 공간에 들어가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훔쳐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어쩐지 문을 열면 훅하고 얼굴로 밀려드는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와 참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민에게도 수호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각자의 무거운 이야기가 있다. 그렇듯 무거운 삶속에서도 한발 한발을 내디디며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이라는 곳에서 또 우연인듯 만나 위로받게 되는 인연들!

​‘조금씩 잊고 잊히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그렇다. 우리의 삶속에 수많은 아픔과 고독과 쓸쓸함등은 또 살아가면서 조금씩 잊고 잊히는 것이다. 민이 부동산을 그만두고 나오면서 그동안 머물렀던 공간을 하나씩 더듬어 가는 순간은 바로 잊히기 전의 추억들을 더듬는것과 같은 행동으로 느껴지는 이 소설은 소재도 독특했지만 꽤나 흥미로웠으며 묵직한 여름 장마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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