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염주의보일 정도로 날이 점점 더 더워지고 있어요. 코로나19 덕분에도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았는데 햇살이 등떠미는 이런 계절은 차라리 집이 낫잖아요.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손에 잡히면 읽을만한 책 한권 찾으신다면 에쿠니 가오리의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추천합니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을때면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사람간의 이야기를 참 잘 풀어낸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녀의 읽기와 쓰기와 삶을 담은 짤막한 글들은 느낌이 또 다른거 같아요. 매일 2시간씩 꼭 목욕을 한다는 그녀의 삶이 책 표지 그림으로도 보여지네요. 병원에 갔더니 자신에게 스노보드가 하나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온갖 잡동사니를 모으듯 모아놓은 지우개가 탈출하는 이야기, 어린시절 그릇장속에 있지만 사용되지 않는 그릇처럼 고독했다는 이야기등등 소설과 에세이가 한데 어우러져 그 경계를 넘나들며 무척 흥미롭게 읽혀요.

‘여행지에서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그 경우, 시신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해 풍화되는 것이 이상적이니, 길거리가아니라 숲이나 들판에서 .‘

뭐 아직 그럴나이는 아니라지만 사람일은 모르는거니까 한번쯤 어떻게 죽을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수는 있잖아요. 에쿠니 가오리는 돈이 생기면 훌쩍 여행을 떠났다가 돈이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답니다. 그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이다보니 죽음조차 여행을 하다가 죽기를 희망하는거 같아요. 게다가 아무도 발견하지 않고 사라지는 죽음! 어떤 사람들의 프로필에는 태어난 해는 있지만 마지막은 물음표로 남아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남기곤 하는데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의 죽음도 그렇게 남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너무 오래 살지 않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서는 아직인데 한번쯤 생각해봐야겠어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책 제목과는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에쿠니 가오리! 누군가의 책을 읽고 그 속에 빠져들게 되는 그녀는 그런 책들처럼 자신도 그렇게 빠져들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소설을 읽는 상황을 이처럼 현실을 비운다느니, 글을 읽는 행위를 한동안 머문다느니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건 역시 기발하네요. 글을 쓰면 글자만큼 자신에게 구멍이 뚫린다느니 하는 표현방식은 어떻게 하면 가능한걸까요? 또한 그림책을 좋아하는 그녀라니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다보면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녀만의 표현 방식이겠지만 20퍼센트밖에 현실에 살지 않는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따라 그녀는 어쩌면 늘 소설을 살아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