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한데 신화속에 등장하는 최초의 마녀이야기라니 더욱 흥미롭게 들린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키르케는 마법에 능해 그녀의 섬 아이아이에 살며 수많은 남자들을 유혹해 동물로 변신시키는등 나아가 1년이나 오디세이아를 자신의 섬에 붙잡아 둔 마녀로 유명하다. 라는건 이제 그저 ‘카더라‘ 와 같은 이야기! 여신계의 이단아와도 같은 존재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이는 매들린 밀러의 이 책, 무척 매력적으로 읽힌다.

자신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의 시작은 어쩐지 안쓰럽다.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신일거 같은데 이름도 없이 태어난데다 부모에게나 형제 자매에게까지 조롱받는 하급 님프에 불과하다니! 하지만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아버지인 태양의 신 헬리오스 근처에 머물며 때를 기다리고 신들의 행태에 거부감을 느끼며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벌을 받는 것을 보고 그를 도우려 하는등 분명 님프들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키르케에게는 있다. 스스로는 그것을 깨닫지 못할뿐!

결국 자신이 사랑하게 된 인간을 신으로 만들고 여신을 괴물로 만들어버리는등의 일들로 마녀의 능력을 깨닫게 되고 키르케는 아버지 핼리오스로부터 아이아이섬에서의 유배라는 벌을 받게 된다. 이 또한 키르케는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섬을 감옥이 아닌 자신이 가진 마녀의 주술을 키우는 삶의 터전으로 삼아버린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여신이라니! 마법 또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에서 즙을 짜고 약초를 캐어 자신의 의지를 담아 주술을 거는등의 노력을 기울여 행하는 모습들이 때로 너무도 인간적이다.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 언니의 출산을 도우러 갔다가 만나게 되는 다이달로스, 배가 난파되어 섬에 오게 된 오디세우스등 키르케의 곁에 머물게 되는 남자들은 그저 키르케에게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일뿐, 그들에게 매달리거나 붙잡지 않는다. 인간의 아이를 몰래 낳아 아테나의 죽음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려 온갖 주술을 걸고 힘겨운 육아에 매진하는 키르케는 인간의 어머니와도 다르지 않다.결국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려 하는 아들을 순순히 보내주게 되는 키르케!

아들까지 곁에서 떠나버리게 되지만 그 또한 세상의 순리라 여기며 키르케는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된다. 굉장한 반전이다. 어쩌면 여신으로 세상에 났지만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았던 키르케에게는 당연한 결말이었는지도! 그 끝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녀의 마지막 결심을 응원하게 된다.

매들린 밀러의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펼쳐지는 마녀 여신 키르케의 반전같은 소설! 온갖 신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고 스스로 삶의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키르케에게 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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