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그닥 없는 나지만 없는 기억도 만들고 싶게 만드는 할머니 관련 소설 모음! 이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에게 보내난 헌사이며 찬사와 같은 소설이다.

할머니가 된다는건 어떤걸까? 할머니의 삶은 어땠을까? 손원평 ,최은비, 손보미, 강화길, 백수련, 윤성희 여섯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진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학창시절 잠깐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기억들은 그닥 좋은게 없지만 그 할머니도 나와 같은 십대 이십대를 겪어온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때 할머니의 이야기를 좀 들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회환이 밀려들기도 한다.

남편의 기일을 보내는 여자의 이야기는 왠지 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기일 전날 자신의 꿈속에 찾아오는 남편이 더이상 꿈에 등장하지 않자 제사상을 더 이상 차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남편이 자식들과 여동생의 꿈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마치 전설의 고향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여동생의 손녀가 생일에 끓이고 싶어하는 마법스프를 위해 재료들을 주우러 다니는 이야기는 또 한편의 동화같기도! 어쩐지 여러 장르를 섞어 놓은듯한데 이야기가 참 매끄럽게 잘 굴러가고 읽힌다는게 신기할뿐!

잠깐동안 프랑스에서 살던때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일기장을 통해 들여다 보며 마치 할머니가 된것처럼 이야기하는 백수린의 흑설탕캔디는 할머니의 또다른 면모를 느끼게 만들고 명주라는 늦은 나이에 알게 된 친구와 요양원의 할머니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무척 강렬하고 독특했으며 한참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찾아간 부자 할머니의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한편을 보는 기분이 들게도 했다. 여섯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은 모두 나의 할머니가 아니다. 하지만 나의 할머니인양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얼까?조만간 할머니가 될지도 모를 내게 일찌감치 어떤 할머니가 될건지 미리 보여주는 이야기들인것만 같다.

여섯작가의 각각 다른 시선으로 그려진 여섯 단편에는 이런 멋진 삽화가 드문드문 실려 있다.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반으로 접혀져 어떤 그림인지 모르던 그림을 펼쳐 본 순간, 읽고 있던 이야기의 감흥이 성큼 더 가까이에 다가드는 기분이 든다. 어떤 의도로 이런 특별한 그림을 책사이에 끼워놓았는지는 모르지만 까맣게 잊고 있던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특별한 장치임에는 틀림없다.

나의 할머니에게 보내는 헌사와 같은 여섯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할머니와의 기억 들을 꺼내본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 한통 쓰고 싶다. 나의 할머니에게!



주문이 성공하면 내년에도 같이 하자고 말해서 나는 그러자고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그러자 이 모든 게 내가어젯밤 꾼 꿈처럼 느껴졌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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