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참 재밌게 풀어내는 작가다. 게다가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곳곳에 책에서 인용된 문장들이 툭툭 튀어 나와 책에 대한 호기심까지 부추긴달까?
어떤 사연에서인지 1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어쩔 수 없이 구직란을 뒤적거리는 주인공.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는 구구절절한 핑계 끝에 거짓말 좀 보태서 드디어 찾은 일이란 택배! 행운동 택배일을 맡은 주인공은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 일이란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의도했던 아니던 의외로 여러 사람들과 연을 맺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의 부딛힘이란 당연지사!
‘나의 일상은 사막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나의 일이고, 습기 한 점 없이 건조한 바람이 나의 시간이며, 끝없이 펼쳐진 모래가 나의 하루다. 먼 육지의 친구에게는 사막으로 집을 지으러 간 이의 소식으로 전해질 거다.‘
첫문장에서 느껴지는 이 작가의 글솜씨! 비유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왠지 느낌은 알거 같은 이런 글을 쓰는 작가라니!게다가 택배 배송하며 부딛히게 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 주인공은 택배를 맡은 지명인 행운으로 불리는데 이또한 왠지 해학적이다. 아무튼 택배기사를 짐꾼처럼 부려먹는 손님을 응대하는 주인공의 말쏨씨가 장난이 아니다. 어디가서도 절대 꿀리지 않을, 절대 지고는 못사는 성격? 그래서인지 사람과의 만남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결국 간섭하거나 간섭받게 되고 그로인해 큰 돈을 만지기도 하지만 돈때문에 죽을정도로 얻어맞기도 한다. 게다가 불로소득처럼 얻은 돈을 제대로 쓸줄도 안다.
같은 택배 일을 하는 동료들을 비롯해 늘 같은 동네로 택배일을 하다보니 스치듯 지나가는것 같지만 결국 엮이게 되는 사람들. 늘 같은 자리에 머무르다가 담배 한대 얻어 피우더니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면 꽤 큰 돈을 주겠다는 춘자, 수레를 끌고 다니며 파지를 줍는 아직 젊은 여자, 토요일 같은 시간에 배달을 요구하던 술집, 급한 볼일을 들겼는데 손을 씻으라며 물을 건네던 좀 이상한 남자, 갑자기 자신의 집으로 경제학 강의를 들으러 오라는 할아버지등등 모두 제각각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으며 절대 참견하지 않는것 같은데 이야기는 왠지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춘자의 이야기처럼 겉멋이 든것같이 말끝마다 책이나 영화속 대사를 인용하고 누군가의 말에 ‘네 아니오‘가 아닌 비유로 받아치는 주인공의 말본새가 살짝 핀트를 엇나가는거 같은데도 웃긴건 사실이다. 공수래공수거라했던가? 처음왔던 대로 다시 빈손으로 어딘가로 떠나게 되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 소설,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