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40년이나 지난 첫사랑의 기억은 어떨까?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40년이 지나 도착한 그곳에는 어떤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는 첫사랑과의 재회를 이토록 문학적으로 애틋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공지영의 신작 장편소설 먼바다. 첫사랑을 40년 만에 해후하게 되는 미호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 진다. 대학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미호는 우연한 기회에 뉴욕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40년만에 첫사랑과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40년 동안 내내 궁금했던 것을 그에게 묻기로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 주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 시켜 결국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나 또한 그 먼 시간을 건너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게 된다.

‘계획하고 궁리하고 애쓰지만 결국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는 게 삶과 비슷하구나‘

고등 학교를 다니는 사춘기 소녀였던 미호는 성당에서 만난 대학생 오빠 요셉에게 첫눈에 반하게되고 첫사랑의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결국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첫사랑 요셉을 떠올리는 미호의 감정은 아직도 그때의 사춘기 소녀 같다. 풀지 못한 과거의 질문들이 어쩌면 그녀를 그때 그시간에 묶어 두었는지도 모른다. 막상 그를 만나고도 내내 궁금했던 것들을 차마 묻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오랜친구를 가이드 하듯 뉴욕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요셉을 보며 묻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그런데 두 사람의 기억은 어딘지 어긋나 있다. 미호를 40년 내내 괴롭혔던 헤어진 그 날의 기억은 그에게는 없고 그와 깊은 바다에 들어갔었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것, 죽음을 이길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일까?‘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첫사랑을 만나 그때의 감정을 회상하며 앙금같은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그렇게 오랜시간이 흐른 후 그제서야 서로의 엇갈린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것이 사랑이라면 글 속에 등장하는 공지영의 문장처럼 사랑은 숙성 되는것이 맞는 듯하다.

멋진 명화 같은 그림이 배경이 되어 주는 공지영의 첫사랑과의 재회! 소설의 저변에는 광주 민주항쟁이 깔려 있고 남미 주교의 투쟁과 9.11 테러 사건이 등장하며 피천득의 소설 인연과 마리아 릴케의 사랑의 시와 나희덕과 정현종의 문장들이 소설의 곳곳에 등장해 때로는 인문학 책 같은 느낌을 주는 이런 소설이라니, 역시 공지영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힘겨운 겨울을 보낸 모든 사람들에게 첫사랑의 애틋하면서 설레이는 봄을 가져다 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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