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자와 나오키로 흥미진진하게 만났던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이번에도 역시 리얼하고 세밀하다. 마치 한편의 옴니버스식 직장 배경 드라마 미니시리즈를 보는것만 같이 개개인의 사사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직장에서의 그 사람의 위치와 행동등을 리얼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성과에 대한 질책과 비난으로 점철되는 회의시간, 그 와중에도 태평하게 잠만자는 만년계장 잠귀신 핫카쿠! 그런 그가 어느날 오히려 직장 상사를 괴롭힘으로 고발하게 된다.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이 고발은 상사의 처벌로 결말이 나고 그 결과로 오히려 승진의 기회를 얻게된 하라시마는 의구심과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것은 책을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 이렇게 어떤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내고 직장인이라는 캐릭터 한사람한사람에게 관심을 갖게하고 다음페이지를 넘길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바로 이케이도 준!

수많은 종류의 삶을 살아가는 이 사회처럼 회사라는 곳은 같은 일을 도모해 나가는 곳이지만 직장인들 개개인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사정이 있다. 나름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만 늘 승진의 기회를 놓지는 하라시마, 기업에 뛰어들어 출세욕이 앞서 성공만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카쿠, 직장내 상사와의 불륜을 딛고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한발 나아가는 유이, 한때 잘나가는 영업부차장이었지만 어쩌다 미운털이 박혀 좌천되어 한직에 물러나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 사노,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회사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키는 하청 업체의 이쓰로, 직장내뿐 아니라 하청업체의 이야기를 통해 회사라는 곳이 그곳만 한정되어 있지 않음을 들여다 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미 한차례 직장내의 거대한 비리를 은폐하는 현장을 목격한 핫카쿠는 마치 모든걸 포기한듯 잠귀신이라는 별명을 안고 살아가지만 어쩌면 그건 모두 작전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고 고발했지만 그 힘이 너무도 미약해 은폐되고 만 과거의 일이 다시 스멀스멀 가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이번에도 또다시 용기를 내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게 된다. 누군가는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것처럼!

세상도 사회도 거대한 조직,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비리와 조작과 은폐! 얼기설기 얽혀 있는 삶의 어느 한부분이 틀어지게 되면 반드시 후폭풍이 몰아치게 되고 그 불똥이 어딘가로는 튀게 된다는 사실! 핫카쿠의 말처럼 그런것들을 고발해봐야 바뀌는건 아무것도 없다해도 진실한 청빈의 삶을 살것인지는 스스로의 몫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런 소설이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