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60쯤 되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내 나이를 쑥스러워하지 않고 내 이름 석자를 당당히 내세우며 살고 있을까? 예전엔 이름이 너무 못나서 선뜻 내밀지 못했던 내 이름! 이름보다 누구의 엄마와 아내 그리고 별명으로 불리는 나의 삶은 만족한가?
환갑을 넘긴 엄마가 컴퓨터를 배우러 다니고 더듬더듬 메일을 써서 보내오면서 점 점 쌓이게 되자 엄마의 메일을 그림으로 그려 한권의 책으로 내게 된 55년생 현자씨! 자식들 다 키우고 빈자리가 헛헛해지자 그제서야 스스로를 위한 배움에 도전하고 글을 쓰고 블로그 기자가 되어 열심히 스스로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딸의 관점에서 그리고 담은 책을 보며 어느새 80 나이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점점 더 늙어가는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엄마도 언젠가 그동안 못배운 공부의 한을 풀겠다고 노인학교에 등록을 하고 책가방을 사고 숙제를 걱정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이제는 노래교실에 가고 수영을 하러 다니고 친구들과 나들이를 다니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식에 대한 걱정의 끈을 놓지 않는 엄마!
˝환갑을 넘도록 살아보니 하고 싶은일만 해도 인생이 모자르더라. 살면서 깨달으면 그땐 이미 너무 늦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로 살아봐. 살아보니 그게 맞더라. 별 일 없는 하루도 내가 나로 살면 그게 맞아!˝
환갑이 넘어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다니 욜로를 내새우는 요즘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갈수도 있겠다. 자식들은 하고 싶은거 다 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밀어주면서 왜 엄마들은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며 살았을까? 그런다고 누구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 엄마가 딱 그렇다. 하숙을 해서 자식들을 출가 시키고 70이 넘은 나이에 불편한 몸으로 지금도 하숙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그만 좀 편하게 사시라는 철없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엄마라고 안편하고 싶을까? 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습관을 버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것을, 입바른 소리나 하는 자식이 얼마나 서운하게 여겨지는지 나이들며 아이들을 키워보니 알게 된다.
늦은 나이에 가까스로 컴퓨터를 배워 틀려가며 쓰는 글을 누군가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살만큼 살아 본 현자씨의 나이에 조금 우스워진다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는 이야기에도 가슴이 뭉클! 한창 아이들 키울때는 스스로 학교 못가본 티도 내지 못했던 엄마가 자식들 학교 가는걸 보며 얼마나 부럽고 속상했을까? 글씨를 잘 못쓰고 못배워서 혹시나 잘못 쓸까봐 그래도 학교를 들락거려본 딸에게 은행 심부름을 시키는걸 귀찮아서 떠미는 줄로만 알고 짜증을 부렸던 사실이 엄마가 나이들어 학교에 다니며 한글쓰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알게 되다니! 나 어릴적엔 엄마를 수퍼우먼쯤으로 생각한건지도 모르겠다. 맛난 밥상 척척 차리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모든 집안일을 척척 다 해내고 아파도 금새 벌떡 일어나는 그런 엄마인줄만!
‘‘불행을 견디면서 행복을 바라는 것은
우리때나 살던 방식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지금 미뤄둔 일들을 후회로 마주치지 미세요.‘‘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는데 우리는 너무도 당연히 엄마의 이름보다는 엄마라는 사실을 붙들고 당연시하고 살고 있는것 같다. 요즘의 화두는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을 살라는것, 아끼면 똥된드는 것! 살아볼 만큼 살아본 엄마의 말이라 더 가슴에 와닿는걸까?
어릴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서른이 되고 마흔을 넘기면서는 점점 내 나이를 잊었다면서 나이 드는걸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각자 자신들의 삶을 주장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딱 그런 책을 만나게 되다니 참 반갑다. 작아지기는 했지만 품속에 꼭 숨긴 꿈을 지금 당장 키울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55년생 현자씨와 더불어 45년생 우리엄마 금순씨를 응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