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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 ㅣ 바일라 9
김혜진 지음 / 서유재 / 2020년 1월
평점 :
목적지를 찾아 길을 검색하면 참 다양한 코스의 길이 나온다. 걷기를 선호하는 나는 좀 걷더라도 자주 갈아타지 않는 코스를 선택하는데 사람마다 길을 선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적이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각자 다른 삶의 방식들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이라는 책 제목이 참 솔깃하게 다가온다.
'그때는 몰랐다. 언니의 길들, 언니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언니가 길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잃기 위해 그러는 것인지도,'
대학을 다니는 오빠, 몸이 아파서 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언니,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주인공은 이사를 하게 되면서 여러 방법의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일부러 먼길을 돌아가는 오빠와 갈수도 없는 곳을 구글 지도에서 찾는 언니, 길을 찾고 그 길을 직접 걷는 주인공. 세사람의 길을 찾는 방식은 각자의 삶을 대변하는듯 참 다른 모습이지만 세사람이 돌아와야하는 집은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각자의 방식을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녹여 무척이나 철학적으로 풀어놓아 꽤 묵직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혹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하다. 각자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듯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성장소설!
'나는 취향을 알아가고 있는 참이었다. 샛길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 잡초 하나도 볼거리가 된다는 것. 아스팔트의 갈라짐, 벽을 타고 올라간 가스관, 지붕 위와 대문 위의 풀들. 가꿔서 자라는 것들과 가꾸지 않아도 자라는 것들.
오래된 동네가 좋았다. 집이 다 다른 게 좋았다.
규격이 없다는 걸 볼 때의 안도감.
건물마다, 집들마다, 방마다의 인생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내가 모르는 삶.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다. 모르는 동네에서 느끼는 새로움은 다른 삶의 방식과 모습이 가시적으로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집으로 가는 다양한 길을 찾아 걷다 우연히 만나 말을 걸게 된 모와 언니의 인형때문에 알게 되는 네이! 문장으로 스케치하는 모와 오래묵은 낡은 것들을 수집하는 네이와의 만남은 늘 혼자 길을 찾고 걷던 주인공에게 또다른 삶의 방식으로 다가오게 된다. 어쩌면 온갖 다양한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풍경처럼 그렇게 다양하고 다른 삶의 모습들이 길속에 투영되어 있는것만 같다. 하지만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과 받아 들이는 것은 다르다. 자신의 삶의 방식 안으로 파고들어 오게 되는 모와 네이로 인해 오히려 서먹해지고 마는 주인공!
'어디든 멈춰 서면 다시 길들이 보인다.
예상 못 한 곳에 이르더라도 상관없다. 더 좋을 수도 있다. 제대로 길을 찾아볼 수 있으니까.
일부러 길을 돌아가는 오빠처럼, 길 밖으로 빠져나갔던 언니처럼.
나는 더 멀리 가고 싶다. 멀리서, 돌아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멀리까지 가야 할 것이다.'
늘 죽음을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 언니가 병원에서 사라지고 언니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에서 멀어졌던 친구와 다시 연락하게 되고 오빠의 방식과 길밖에 서 있는 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동안 무언가 늘 가로막혀 서먹했던 공간이 가족이라는 공통분모안으로 들어오게 되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찾는 중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