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감기, 책 제목을 보며 학창시절 교련시간을 떠올린다. 옆자리 친구와 짝이 되어 서로에게 붕대를 감아주던 기억,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누구에게 붕대를 감아주며 살아가고 있을까?

해미의 미용실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 소설은 모두 여자들의 우정 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다. 진경과 세연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바톤을 이어나가듯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꽤나 흥미롭게 글을 풀어내는데다가 문득문득 내 속을 들여다 보는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흠칫 놀라게 된다. 마치 한편의 옴니버스식 드라마를 보는듯한 기분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 나가게 된다.

갑자기 뜸해진 손님을 떠올리는 미용실 해미와 갑자기 찾아온 그 손님의 사연에 괴로워하는 지현, 8개월째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아들로 인해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는 은정, 자신이 올리는 sns글에 좋아요만 누르는 친구와의 관계를 돌이켜보는 진경과 사십대인데도 철이 없는 진경이 그저 예쁜 돌싱 윤슬, 여성들의 우정을 테마로 글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현재와 우정을 돌아보는 세연, 친구가 된 제자 채이의 성추행 사건에 갈등하는 경혜, 자신이 사랑하는 선생님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명옥과 효령등 어쩌면 세연이 쓰고자 하는 여성들의 우정이 인터뷰 진행중인 것처럼 이야기는 술술 흘러나온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등을 바라봅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등을 바라봅니다. 절대 돌아서서 마주 보지 않습니다.(중략)
친구라는 듣기 좋은 이름을 한 이 춤을 가끔씩, 조금씩이라도 추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소설은 사실 진경과 세연, 두 사람이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게로 옮겨오다가 다시 또 주변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형식의 짜임새가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어쩌다 왕따인 세연을 붕대감기의 짝으로 정한 진경과의 우정의 시작과 지금껏 불편한듯 이어져 오고 있는 두사람의 우정!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리운것도 사실인 친구란 정말 어떤 존재인걸까? 친구 세연이 자신에게 좀더 솔직하게 다가오기를 바라는 진경의 마음이 묻어나는 서로의 등만 바라본다는 아프리카의 전통춤! 참 함축적인데도 공감이 된다. 친구와의 우정이 자연스럽지 못해 괴로워하는 세연의 마음 또한 동시에 전해진다.

여자들의 삶과 우정은 서로 닮아 있다.
같은 여자들끼리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또 서로에게 붕대가 되어 그렇게 산다. 우정이라는 말은 어쩌면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편하게 쓰려고 만든 사랑의 다른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페미니스트니 페미니즘이니 하는 단어로 뭔가 세상을 바꿀 거 같은 여성주의적인 강한 느낌이 들지만 여성이건 남성이건 우정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며 우정이 좋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뭐 어쩌겠는가! 보고 싶을땐 만나고 만나면 폭풍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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