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것은

천둥처럼 왔던가?
사랑, 그것은
벼락 치듯 왔던가?

아니다 사랑, 그것은
이슬비처럼 왔고,
한 마리 길고양이처럼 왔다.
오고야 말았다.

살금살금 다가와서는
내 마음의 윗목
가장 밝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너는 내가 되었고
나는 네가 되었다.

아들에게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은 아니지만 
너의 불행은 분명 나의 불행이란다.
부디 잘 살아야지부디 많이 사랑하고
부디 많이 부드러워져야지
내려놓을 것이 있으면 내려놓고
참을 수 없는 것도 때로는 참아야지
기다릴 만큼 기다려야지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보고
작은 일도 감사와 감동으로 받아들여라
굳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마
많이 너를 생각하고 걱정한단다
이것만은 알아다오.

멀리 기도,
별일 아니야
다만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이야
전화 걸면 언제나
동동기리는 목소리
아이들 밥 먹인다고
아이들 재운다고
설거지하는 중이라고
때로는 운전 중이라고
힘에 겨운 음성
이쪽에서 듣기도 힘에 겨워
그래,
다만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이란다
이따가 시간 나면
전화한다고 그랬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짧게라도 목소리 들었으니
그냥 그것으로 안심이야
너 부디 거기 잘 있거라
아이들이랑 너무 지치지 말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잘 살거라, 잘 지내거라
그것만이 바램이다.
멀리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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