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요리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미술에 대한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이 더 반가울수 있겠다.

줄리언반스의 맨부커상 수상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으며 사고가 남다르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요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라는 책을 읽으며 요리초보거나 아니거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들을 하나도 보태거나 빼는거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어 줄리언 반스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미술 그림에 대한 아주 사적인 이야기라니 흥미가 간다.

목차를 쭉 먼저 살펴보게 되는건 아무래도 줄리언 반스식 사고인듯! 사적인 관심사를 먼저 찾아보려는 의도다. 뭐 사실 이런 책을 보는 즐거움이란 처음부터 쭉 읽어야 하는 소설과 달리 내가 읽고 싶은 것부터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거! 눈에 띄는 화가는 크루베, 마네, 세잔, 드가, 보나르, 마그리트, 프로이트가 있다. 나머지는 왜 들은 기억이 없는지 모르지만 무튼 유명한 화가려니 하고 생각하기로!

그렇게 목차를 살펴놓고도 소설을 읽듯 첫 화가의 그림 이야기를 읽고 마는 실수를 저지르다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는게 요즘 늘 책을 첫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하거나 이런 평론같은 책의 경우 작가의 의도를 살피려 서문을 읽어서이다. 역시 줄리언 반스는 서문에서도 말이 많다. 자신의 집에 걸려있던 그림이나 피아노등으로 문화 예술 전반의 성장이 어떠했는지, 자신의 미술사적 지식이 어떤지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제리코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게 된다. 사실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대부분 그림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하는데 줄리언 반스는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처음부터 불길한 징조를 보인 프리깃함! 그만 배가 좌초되어 뗏목을 만들어 탈출하지만 바다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투고 싸우고 죽이고 사람을 먹는등등 사람이 죽음에 처하게 되면 보여주는 온갖 상황이 등장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만나고보니 분명 어디선가 본 그림이다. 이 한장의 그림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화가는 그 모든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그림에 담았다는게 놀랍다. 역시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눈앞에 그려지듯 선명하다.

드가의 발레하는 소녀들의 그림을 보게 되면 그의 시선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늘 그녀들의 머리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구도! 그림의 모델을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는 더 재미나다. 모델을 서는 내내 머리만 빗겨주고 있다니! 드가의 성적 취향이 어떻게 그림에 드러나는지 그의 삶이 어땠으며 그림에 숨은 뜻은 무엇인지 다양한 지식으로 자신만의 사적인 그림 보기를 설득시키는 묘한 매력을 가진 줄리언 반스의 글은 역시 읽는 재미가 있다.

˝미술은 단순히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전율이다.˝

그림을 볼때 우리는 화가의 시선과 화풍등 학교시험에나 등장할거 같은 생각으로 그림을 보지 말자! 줄리언 반스식으로 때로는 경매장에서 낯부끄러운 그림을 경매한 자신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화가의 삶이나 취향을 들여다보고 누군가의 이야기들을 끌어다가 그림을 다시 들여다 보자! 그림에서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의 전율이 전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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