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신의 일상이나 솔직한 생각과 이야기를 글로 쓰는 사람들이 참 많다. 어떤 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런 책들이 못마땅할지 모르지만 한두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나와는 다른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한여자를 사랑해 19년이나 사귀고도 헤어지게 된 이야기를 드문드문 무덤덤한듯 아프게 이야기하고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줬지만 하나도 돌려받은게 없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고 신이 있고 없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좀 색다르게 또는 코믹하게 풀어내고 친구가 산다는 제주도를 찾아갈때마다 있었던 이야기를 소소한듯 흥미롭게 들려주는 이 책! 지루한감이 없어서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제주도에 가면 가장 먼저 몸국에 들른다는 이야기에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최근 제주여행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들러 아침을 먹는 곳이 나또한 몸국이라서! 제주도에서의 풍경과 맛집 카페등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듯 그렇게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동물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왠지 더 감성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신에 대한 그만의 철학을 담은 이야기가 꽤 제밌게 펼쳐진다.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 신이 있다면 몇이나 있을까를 계산하고 또 신이 석가모니를 먼저 보낸건 신을 믿지 않는 인간들이 악을 행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그 다음으로 예수를 보낸건 신이 소멸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부활한 예수에게 신의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는둥 그렇게 남겨진 석가와 예수는 피곤하게 더이상 인간의 삶을 심판하지 말자는 합의를 보았지만 자신들을 악용하는 사례가 넘쳐나자 이럴려고 굶주리며 고행하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야했는지 자괴감에 빠진다는둥! 그런데다 넘쳐나는 죽은 인간들을 관리하느라 인간들의 기도를 들어줄 여유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참 황당한듯 하지만 참 재밌는 생각을 하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주도에 내려갈때마다 정을 주고 받았던 이름 모를 강아지나 길고양이를 데려다가 돌보고 새끼를 낳아 입양 보내는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써내려가고 있는데 그만큼 저자의 동물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달까? 그뿐 아니라 여자친구와의 대화를 소재로 쓴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맛있는것부터 먹는지 맛없는것부터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남자라서 영원히 모를 생리대 사용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헤어져야했던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등이 참 솔직 담백하게 펼쳐진다.
‘인간은 어찌 보면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동물 중 가장슬픈 동물인지도 모른다. 인간만큼 슬픔을 품고 사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슬픔을 품고 살기에 인간만이 웃을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이 웃지 못했다면 인간들은 스스로 죽으며 이미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웃음은 살기 위한 방책일 것이다. 슬픔을 감춘 웃음이 많은 사람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웃음으로 슬픔을 강하게 껴안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저자의 슬픈 감정을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문장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꽁트같은 에피소드는 물론 생활 수기를 비롯 좀 난해하긴 하지만 시도 드문드문 등장하니 이 가을에 읽기 딱 좋은 에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