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들은 약속이나 한듯 500페이지에 달하는 위세를 떨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런 계절엔 휴가지 낮잠 배개로 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백악관 속기사가 궁금해서 한장만 펼쳐봐도 낚이게 되는 책! 한국에서 영어교사로도 일한적 있다는 작가의 실제 체험기가 담긴 에세이면서 소설이다.

이력서를 쓰다 쓰다 이제는 정규직을 거의 포기한채 아르바이트를 다섯개나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던 미스백(백 도리 스타인)은 어느날 속기사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낸다. 그런데 알고보니 백.악.관 속기사!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이 살아가고자 했지만 취직이 안되어 우울해하던 20대의 미스백에게 날아든 행운! 정말로 이런 일이 있을수도 있는건가 반신반의의 심정인 미스백과 같은 기분으로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된다. 백악관 속기사라면 백악관 어디쯤에서 일을 하게 되는건지 무슨 일을 하게 되는건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득 안고!

‘그 사람 때문에 나자신이 지독하게 싫어진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 말 그대로 미스백은 대통령 코 앞에서 그가 하는 연설을 듣고 그의 말들을 녹음하고 적는 속기사의 일을 한다. 또한 대통령 바로 옆에서 함께 런닝머신을 달리기도 하고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원을 타고 함께 비행하고 세계 각국을 누비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통령과 무슨 썸이라도 타는 이야기인가 싶겠지만(어느 영화처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 된다. 대통령 속기사가 되어 두근거리며 시작하는 속기사로서의 일과 대통령의 측근에서 일하는 보좌관이나 경호원이나 기자들과의 만남과 같은 여자 직원들과의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들! 그리고 물론 로맨스도 있다.

현재 애인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에게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스백! 잘못된 사랑인줄 알면서도 마약처럼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그녀의 아슬아슬하고도 안타까운 사랑! 이여자 저여자에게 작업을 걸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에 대한 감정만은 진심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미스백! 흠뻑 빠져들게 되는 사랑의 감정은 어쩔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나쁜 줄 알면서 내내 한 남자에게 끌려다니는 이야기는 다소 짜증도 난다. 그런 나쁜 남자는 그냥 발로 뻥 차버리라고 한마디 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치만 그런 과정들을 거쳐 사랑에도 성숙해지고 일에서도 성장하는 미스백! 오바마대통령과 함께 그의 연설과 그의 행적에 존경을 표하고 감동받는 이야기와 직장 동료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힌다. 사랑은 변해도 우정은 남는걸까?

어느 직장을 다녀도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 무대가 백악관이어서 특별해지는 에세이같은 소설! 백악관 속기사의 삶과 사랑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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