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독특한 이 소설집, 총 13편의 단편소설이 등장한다. 이야기 하나하나 소재도 등장인물들도 모두 평범하지 않고 꽤나 개성이 강하다. 책의 제목이 된 단편, 내가 만든 여자들은 아마도 소설 중 가장 호러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할까? 이 외에도 동남아 도마뱀 찡쪽이나 향기를 하나의 인물처럼 포현한 소설 또한 독특하다.

첫번째 단편 앤드 오브 더 로드웨이에서는 엄마의 유해를 전해주러 엄마의 애인 혜순을 찾아 멀리 방콕으로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의 애인이라하면 아빠여야하는데 아빠가 아닌 여자다. 주인공에게는 또 한명의 엄마가 되어준 존재. 이 소설에는 한때 태국을 휩쓸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당시 나또한 가족여행을 다녀온 직후여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나는데 딸을 잃은 혜순아줌마의 이야기에 그렇게 쓰나미에 희생된 누군가가 내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미안함이 같이 밀려든다.

지구를 기울이면에서는 늘 불안했던 사거리에서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되는 두 사람, 이제 일곱살 남자아이와 사고를 목격하다가 사고를 내고 후진하던 차에 깔려죽게 된 재인이라는 두 사람에 얽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제 막 이사온 집에서 만나게 되는 동갑내기 꼬마 유령과 친구가되어 우정을 나누는 한 아이의 이야기와 늘 사거리의 위험을 강조하던 여자친구가 결국 그 사거리에서 죽어버려 그녀와의 추억을 더듬다가 민원을 넣게 되는 한남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 된다. 읽을수록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게 되는데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매일 일어나지만 늘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 게다가 사고는 늘 같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적절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내가 만든 여자들! 고통을 당하고도 오히려 죄인처럼 살아야했던 많은 사람들, 미투를 시작으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성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너무도 가볍다. 그리하여 결국엔 스스로 복수하는 방법을 배워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인간이 아니기를 자처하는 남자들을 해치우게 되는 이야기! 어쩌면 이런 저런 핑계로 결국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남자들에게 내리고 싶은 복수의 칼날을 대신 휘둘러주는 것 같은 이야기에 통쾌하면서도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여행 가방에 딸려 온 찡쪽에게 듣게 되는 한국으로 시집왔던 리나의 이야기, 지하철 2호선을 타면 지하철 노선을 제 손바닥처럼 꿰고 있던 한때 연인이었던 혁진을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 최초의 라벤더 향기의 계략, 쓰러지는 순간까지 바지락봉지를 놓지 못했던 한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 밴드를 쫓아다니다 만난 촌스런 앨리를 싫어했던 아이의 이야기, 전애인들에게 복수하고 싶어 복싱을 배우게 된 이야기등 미스터리하고 오싹하면서도 남 이야기같지 않은 단편들이 이 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줄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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