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만 되도 알건 다 안다는 요즘 세상! 그래도 열네살 어린 나이에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정도로 어른스러운 문장에 끌려들어가 읽게 되는 이 소설! 너무나 사랑스러운 한 소녀의 솔직한 문장에 반하게 된다.

엄마랑 단 둘이 가난을 친구삼아 맑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어찌보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또 어찌보면 참 서글프게 여겨진다. 초등6학년 주인공 다나카 하나미는 단칸방에서 아빠없이 엄마랑 둘이서만 살아가고 있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는 남자들이 일하는 일터를 마다하지 않고 힘들게 살아가지만 전혀 그런티를 내지 않는다. 아직 어린 하나미는 그런 엄마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해나가고 있다. 가끔은 엉뚱하지만 솔직하고 호기심 많은 하나미를 보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아빠가 원래 없어서 아빠없이 사는게 어떤건지 대답하기 곤란한 하나미는 그래도 친구들의 아빠를 보며 아빠가 궁금하지만 엄마는 자세히 얘기해주지 않는다. 혹시 아빠가 범죄자가 아닐까 하며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깝기만 하다. 엄마는 늘 반값세일하는 음식을 사오고 유명한 놀이동산에도 데려가주지 않으면서 하나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하태평이다. 주인집 할머니와 그집 아들 그리고 이웃 수퍼 가게 주인아저씨와의 교류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친구들과 유명한 놀이동산에 가기위해 자판기 밑을 뒤지기도 하고 엄마가 자신때문에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사라질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마음이 순수한 하나미. 어느날 성장을 축하해준다는 친구의 시치고산을 목격한 하나미는 은행을 줍는 일이 그것보다 즐겁기만 한데 엄마는 그래도 하나미를 위해 없는돈에 여유를 부리며 시치고산을 해준다. 물론 빌린 옷에 아마츄어 사진작가를 데려다 밥 한끼와 사탕하나 대접하지만 하나미 엄마에게는 최선이다. 이 두 모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둘 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이다.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일이 생기면 밥을 먹으렴. 한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끼를 먹고 그 한끼만큼 사는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거지‘
다시태어나도 엄마딸 p266


마지막 단편, 다나카 하나미를 선망하는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또한번 놀란다. 늘 주인공 하나미의 입장에서 글을 읽다가 마치 하나미를 지켜보는듯한 기분으로 글을 읽게 만드는 이 작가의 문장은 정말로 천재적이다.

알고보니 이 책은 두가지 버전의 표지가 있다. 조금은 쓸쓸해보이지만 사랑이 묻어나는 표지와 밝고 긍정적인 표지! 두개의 표지가 모두 이 소설을 대표하는듯 하다. 가난하지만 한끼를 먹었으면 한끼를 살아가는게 삶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두 모녀를 보며 가난이 불행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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