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많은 독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니 그저 놀라울뿐! 그런데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본거 같은 독에 관한 이야기들! 독에 대한 이야기가 진짜인지 묻는다면 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날이 너무 더워 올 여름 첫 빙수를 먹는데 독이야기가 스며들었는지 그 맛이 넘 수상쩍다. 책장을 넘기는 내 손마저 독에 물들어 버릴거 같은 불길함을 안고 현실과 상상을 오가듯 책을 읽게 된다. 프롤로그의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부터 우리는 그만 화자의 독에 감염되어 그의 이야기에 심취하게 된다. 자신이 입원한 병실에 함께 누워있던 환자 조몽구로부터 밤마다 듣게되는 소음때문에 잠을 설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침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난 이후 오히려 불안을 느껴 밤마다 알듯말듯 들었던 조몽구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상상으로 펼쳐보이기 시작한다. 대박! 그러니까 이야기속 주인공이 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다 또 그 이야기속에서도 소설 이야기가 등장하는 거울속에 거울같은 느낌의 소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도 평범한데가 없다. 자신의 탄생 이야기에서부터도 일단 조몽구는 평범하지 않다. 부모의 잘못된 관계로 인해 생겨나 엄마의 배속에 들어 있을때부터 독과 싸우기보다 오히려 모든 독을 빨아들여 대차게 살아남게 된 이야기와 그로인해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며 살아야했던, 그가 성장하며 겪게 되는 온갖 이야기들은 모두 독과 관련된 것들이다. 또한 독을 직접 맛보며 연구하는 그의 삼촌 조수호도 그렇고 뱀파이어 같은 인상을 지니고 온갖 병에 고통받으면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초등 동창 자경과 남들과 다른 예민함을 가진 그녀의 오빠 윤정우, 몽구를 괴롭히던 동창이었다가 군대에서 관심병사로 다시 만나게 된 용현과 나중에 삼촌의 조수로 일하게 되는 광수등 어차피 모두는 주인공이 만들어낸 상상속 인물이겠지만 하나같이 미친거 같으 느낌들이다.

또한 소설속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조몽구가 독에 취해 환각상태에서 보고 겪게 되는 이야기들과 각각의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일부러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기 위한 수법일까? 게다가 온갖 식물과 동물과 하다못해 광물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것들이 가진 독에 대한 독특한 성향들까지 아주 소상히 밝히고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독의 종류와 작용및 해독등 독에 관련된 사례들을 실은 한권의 방대한 백과사전을 보는것만 같다.

​삶이라는 책 한장한장에는 독이 묻어 있어. 내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면 그로 인해 중독되고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돼. 그러나 너는 그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독의 꽃 p520

한장한장 독묻은 책장을 넘기는것 같이 그렇게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게 마감하는 순간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삶이라니! 이 책은 마치 우리가 그렇게 독인줄 모르고 독을 약처럼 먹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것만 같다. 세상에 만연해 있는 독의 꽃, 우리는 그 꽃의 향기에 취해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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