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때아닌 가을이 배경이 되는 이 소설속에는 무민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민을 기다리는 무민 골짜기 친구들의 이야기속에 살아 있는 무민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기발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 무민 골짜기 친구들이 가을을 타는지 하나둘 무민의 집으로 모여들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민가족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고 무민 가족이 없는 빈집에 모인 무민 친구들만 가득해진다. 늘 모험을 생각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모험을 떠나지 못하는 해물렌, 아직 무민 가족을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토프트, 자신의 이름도 잊고 싶어할 정도로 사는게 지루한 그럼블할아버지, 미이가 보고 싶은 밈블, 깔끔을 떨던 어느날 자신의 결벽증에 멀미를 느끼게 되는 필리용크 그리고 노래가락을 잊어버린 스너프킨과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한 무민의 조상 앤시스터까지!
개성이 너무도 다른 여섯 친구들이 무민 가족이 없는 빈집에서 무민 가족을 그리워하며 머물게 되는 이야기들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각자 주변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자신들의 감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듯 엉뚱한 행동들을 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해물렌의 이야기에 흥미는 없지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토프트, 자신이 마치 무민마마가 된것처럼 식구들을 챙기듯 먹거리를 챙기는 필리용크, 특히나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앤시스터로 착각하고 대거리하는 그럼블할아버지가 제일 압권이다. 나는 외롭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들 모두 외로움이 너무 깊어 비명을 지르고 있다.그런데 도대체 무민가족은 언제 오는걸까? 오기는 하는걸까?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민 가족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인지도 몰라. 섬은 지도에 다 나와 있으니까. 거룻배는 물이 새지 않게 구멍을 막으면 되고. 하지만 왜? 그냥 내버려두자. 무민 가족들도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이 소설은 토베 얀손이 어머니를 잃은 상실의 마음을 담아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무민 골짜기에 모여든 친구들은 무언가를 잊었거나 잃어버려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민가족을 찾아오게 된다. 그런데 무민 가족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빈집에 모여든 친구들이 부대끼며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무척 철학적이다. 친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연회를 열어보지만 오히려 그리움만 더 깊어지게 되고 결국은 모두 각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어쩌면 이들 또한 자신들의 상실감에 푹빠져드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를일이다.
다람쥐 챗바퀴돌듯 돌아가는 어느 하루,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잊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무민 골짜기 친구들처럼 나 또한 무민을 찾아가고 싶다. 나를 반겨주는 무민 가족은 없겠지만 나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