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건 백년이상 대대로 지켜지는 오랜 건물과 가게들이다. 그렇게 남의 나라의 문화만 부러워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서울에도 그렇게 백년을 지켜오는 가게, 카페, 서점, 미용실등등이 있다.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학림다방,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주민들에 의해 지켜진 홍익문고,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추탕집, 리모델링에서 발견된 역사적 가치로 갤러리가 된 보안여관, 수많은 엘피판과 책을 수집해 중고책방으로 이어오고 있는 클림트, 사라졌다가 다시 소생한 세실극장등 남의 나라 부러워할게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의 문화를 지켜가야할 때!
언젠가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가게 되었던 학림다방, 고풍스럽고 나늑한 다방분위기와 어우러진 클래식 음악과 커피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서울대생들의 제 25강의실이라 불릴정도로 아지트로 삼았던 이곳 다방은 우리가 들어 알만한 문인들이 수도 없이 드나들던 카페다. 주인이 여러번 바뀌면서도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지금 이충렬주인의 노력과 수고 덕분이다. 학림을 백년가게로 이어가기 위해 학림다방 커피의 브랜드화를 생각중이라고한다. 더욱 오래 지켜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오래전엔 종로하면 종로서점, 신촌은 홍익문고가 약속장소였다. 그러던 어느해 종로서적이 사라져 아쉬움을 금치 못했는데 새로이 부활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달려간 종로서적은 옛모습을 잃어버려 안타깝기만 했다. 그런데 재개발로인해 홍익문고까지 사라진다고 하니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서 결국 홍익문고는 살아 남았다. 요즘은 시민문화유산이라는 명목으로 시민들이 지켜나가는 문화재들이 참 많다.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일을 해 내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신촌에서의 약속은 이제 홍익문고로 잡아야할 듯!
어느날인가 신랑이랑 종로에서 영화를 보고 근처 맛집을 갔다가 맛집이 문을 닫아 마침 비가 오가도 해서 그 옆 허름한 건물의 빈대떡집을 들어간 적이 있다. 건물 외관만 허름한게 아니라 실내 또한 수많은 낙서와 누런 벽이 인상적이었던 그 빈대떡집이 알고보니 바로 이 열차집이다. 착한 사람을 알아보는 주인장의 눈썰미로 지금도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빈대떡집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 비오는 날 부러 찾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언젠가 여동생이 명동지하상가에서 엘피판을 사다준 적이 있다. 신랑의 고상한 취미가 엘피를 틀고 운동을 하는 것인데 형부 생일을 챙겨준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가게가 바로 이 중고서점 클림트! 엘피판을 수집하고 더불어 중고책들을 사 모으던 주인장의 취미가 엘피가게에서 중고서점으로 거듭나기까지 그저 엘피판을 팔고 중고 책을 살 수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주인장의 이야기가 참 감동이다. 어디를 가나 책방을 들르는게 취미인데 명동에 가게 되면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악가하면 낙원상가가 워낙 유명하다. 피아노를 즐기는 아들의 피아노를 낙원상가에 문의해 수리한 적도 있고 기타를 사러 직접 나가본 적도 있다. 어마어마한 악기들의 행렬에 깜짝 놀라 덩달아 우쿠렐레를 하나 덥석 집어 왔던 세계최대 악기전문점 낙원상가, 철거될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껏 유지되어오는 낙원상가에는 문화 예술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이 낙원상가를 백년이상 이어주기를 희망해본다.
‘여전해서 좋은 장소가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 요즘은 집에 있는 오래묵은 것들도 함부러 버리지 못한다. 그럴진데 우리의 역사를 말해주는 문화재는 어떨까? 광화문에 세종상을 없앤다느니 오래된 맛집 골목을 재개발한다느니 개발바람이 거세게 불어대지만 누군가 지키려고만 한다면 지킬 수 있다는 사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우리라는 사실! 동네 좀 허름한 가게나 책방을 내집처럼 들락거려보자, 백년가게가 될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