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나 책을 식탁위에 올려두고도 깜빡할때가 있다. 땅의 역사! 자꾸만 책이 쌓이다보니 맨 아랫칸에 숨겨져 있던 이 책! 오늘 펼쳐보고 깜짝놀란다. 우리땅의 멋진 사진이 가득한 책이었다니 휘리릭 넘기면서 감동! 우리 땅의 역사가 이토록 감동적이었던가?
게다가 이 붉은 풍경이 펼쳐지는 페이지에서 깜놀! 어디서 본 풍경이라 생각하자마자 얼마전 다녀온 강화도 동막해변이 떠올랐다. 바닷가를 가득 매운 붉은 해초가 넘 이뻐서 한참 인증샷을 찍어 왔는데 알고보니 400여년전 병자호란을 겪은 우리 백성들의 한이 담긴 풀이란다. 경징이의 전설이 있는 나문재풀밭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고보니 그 앞에서 숙연해지지 못한 내가 넘 한심스럽게 여겨진다.
높이 솟은 뾰족한 칼날 같은 절벽위 연주대! 한때 은행 단풍이 이쁘기로 유명했던 과천쪽 관악산에 올라 몇번 들렀던 이곳!사진으로 이렇게 만나니 반갑다. 그때는 그저 돌부리가 많은 험한 산길을 올라 꼭대기에 이르러 멋진 연주대를 정복했다는 그런 으쓱함만 있었을뿐 어떤 역사적 의미도 알지 못했다. 연주대에 얽힌 서울대생들의 괴담은 이미 오래전 역사를 거슬러 이방원의 아들들의 권력 투쟁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니 역사란 그저 흘러 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얗게 얼어버린 땅의 풍경에 넋이 빼앗겨 같이 얼어버린 풍경! 전라북도 곡성을 흐르는 섬진강 침실습지 겨울 풍경! 여기서 곡성은 골짜기가 만든 성이라는 의미다. 산높고 골 깊은 곡성에서의 사연은 그야말로 굴곡지다.
‘여자, 그녀들,
사람이었으되 사람 취급 받지 못하였으니... ‘
가슴을 울리는 문장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풍경! 노을이 아름답기만 한건 아니다. 제주에서 먹고 살기위해 일해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 오래전 무모한 전복 공물로 인해 쉴새 없이 일해야했던 남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달아나버리자 삶의 무게는 남은 여자들이 도맡아야 했다는 이야기에 씁쓸해진다. 지금은 그녀들을 위한 해녀의 집을 만들고 박물관을 세워 기리지만 알고보면 그것은 우리의 아픈 역사! 어쩐지 노을이 참 시리도록 슬프다는 느낌이 든다.
27년차 여행문화전문기자 박종인의 인문기행!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니며 멋진 사진과 함께 우리의 아프고 어두운 역사뿐 아니라 대인배의 이야기들까지 인문학적으로 담아 내고 있다. 그저 사진 한장에 이끌려 역사공부는 물론 인문학에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이 책, 훌륭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