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을때가 다가오면 지나온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했던가? 서로 사이가 틀어져버린 손녀를 기다리며 죽음을 앞두고 손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이 편지들! 세대를 아울러 세상의 엄마가 딸들에게 혹은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엄마의 삶의 고백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삶이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음에도 시대상황상 항거하지 못했던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근대며 가슴설레어 뜨겁게 사랑했던 순간들, 예기치 못한 소식에 절망하며 스스로는 물론 살피지 못했던 딸의 삶, 뒤늦게나마 잘해보려 애써보지만 이미 늦어버린 순간들에 대한 정말로 늦어버린 후회! 딸에게 주지 못했던 사랑을 손녀에게만은 제대로 전하려 애썼음에도 또다시 어긋나는 관계!

울지 마라. 물론 내가 너보다 먼저 세상을 뜨겠지. 하지만 내가 여기 없다고 해도, 난 네 안에서, 네 행복한 기억 안에서 살아있을 거야. 나무랑 채소들이랑 꽃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거야. 내 안락의자에 앉을 때도 그렇겠지. 그리고 오늘 가르쳐준 대로 네가 케이크를 만들 때면, 난저기 네 앞에서 코에 초콜릿을 묻히고 서 있을 거란다. - p272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할머니의 이런 이야기는 책에서 종종 읽게 되는 문장이지만 새삼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어떤것에도 현혹당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기다려 보렴..네 마음이 하는 말에 가만히  기울여 봐. 그러다 네 마음이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서 마음 가는 대로 가거라. - p279

한사람이 오는건 하나의 도서관이 오는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하게 된다. 편지를 통해 너무 어려서부터 철이 들어버린 자신의 삶과 딸의 탄생 비화 그리고 손녀와의 추억을 더듬어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성찰하는 이야기들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 여자들을 위한 이야기인것만 같다. 나 또한 손녀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어떤 비밀을 고백하게 될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니 손녀가 아니라 늘 삐그덕 대는 딸아이에게 혹 죽음을 앞두고 편지를 남긴다면 어떤 삶을 들려주고 어떤 고백을 하게 될까?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통찰하게 된 할머니이면서 엄마였으며 딸이었던 할머니의 편지!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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