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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초등 낱말편 1
김경원 외 지음, 오성봉 그림 / 열린박물관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고구마를 찐다.
오후 4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면 배꼽 시계가 준비운동을 하는지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며 ''뭐, 맛있는거 없어?'' 한다.
한참 이 국밥책을 읽다가 깜빡 졸았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내 아침 시간이 그이의 이른 출근으로 더 빨라져 시간 적응이 안되는 중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쓰던 국어를 새삼 자세한 설명으로 들으려하니
내 눈꺼풀에 자꾸 들러 붙어 내 눈을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꾸 내려앉게 만든다.
아이들의 성화에 문득 정신이 들어 고구마를 ''삶기로'' 아니 ''찌기''로 했다.
"얘들아, 고구마 쪘다. 와서 먹어라"
그래도 이렇게 금방 잘못을 고쳐가며 이야기하는걸 보니 제대로 읽긴 했나보다.
"얼른 와서 ''엉덩이'' 붙이구 앉아서 아니, ''궁둥이'' 붙이구 앉아서 먹자"
우린 대개 엉덩이나 궁둥이나 매한가지로 사용하려 드는데 엄연히 구분되어진단다.
아이들은 그저 출출한 배를 채우려고 자기들이 하던 일을 마치고 아니 ''끝내고'' 뛰어온다.
그리고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고구마 껍질을 뜨겁다고 호호 불어가며 벗겨 먹는다.
" 너 컴터 너무 많이 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아니지 붉어졌다."
"엄마, 이렇게 맛난 고구마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얘야, 그럴땐 ''쪄'' 준다고 해야되는거구 ''감사합니다.''라고 하는거란다."
엄마는 한수 배웠다고 평소에 안하던 잔소리를 한다.
고구마 먹다 체할라. 그래도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치만 친근하고 다정한 사람에게 ''감사합니다'' 보다는 ''고맙습니다'' 란 말이 더 다정하게 들린단다."
우리말은 참 알고 보면 엄청난 철학이 담긴 말인듯!
온갖 사물의 이치를 다 담고 있어 이렇게도 쓰이고 저렇게도 쓰이고
함께 쓰이면서 그뜻이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아니 헷갈릴 수 있을까?
그래도 우리 말이니 우리가 제대로 알고 써야 할 의무는 있다.
어떤 낱말이든 혼자서 쓰이기보다는 다른 것들과 함께 쓰이며 그 뜻이 달라지는 국어가 참 신기하고 그런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 또한 무척 철학적이란 생각도 든다.
이 책으로 국어 실력만 제대로 갖춘다면 ''국어박사''소리도 듣겠다.
그리구 하나의 낱말 풀이가 끝날때마다 실력 테스트를 해 주는 퀴즈가 나온다.
아이들과 국어 실력 겨루기를 해도 좋을듯! 한층 실력을 쌓고 겨룬다면 엄마도 큰소리 칠 수 있겠지!
중간 중간 참 독특하게 생긴 캐릭터 그림들로 낱말을 적절히 사용하는 예를 보여주고 있어 빨리 이해가 된다.
풀이를 읽으면서도 가장 헷갈리고 지금도 어려운 낱말은 ''아래''와 ''밑''
사실 밤나무 ''아래''라고 표현을 주로 사용해 와서인지
밑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좀 떨어져 있는 저 아래 땅바닥이 멀게 느껴지니 아래란 말이 더 적절하단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늘 써오든 말이어서 우기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이럴경우는 예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말을 쓰는게 맞지 않을까?
"이봐봐! 아줌마, 또 우기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