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명화를 이야기하는 책들은 화가에 대한 이야기와 해설들이 필요 이상 너무 많거나 작품이 너무 작게 실려 그림 감상에 방해가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판형이 큰편인데다 그림 또한 한페이지 이상 가득 차게 실어 놓았으며 반대쪽 페이지를 비워 두어 진짜 미술관에서 명화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저자의 일상의 이야기와 드문 드문 저자가 찍은 듯한 사진이 주는 느낌까지 가만히 책장을 넘기며 사색하게 하고 힐링하게 만드는 에세이다.

모딜리아니의 비현실적으로 선이 긴데다 어딘지 슬퍼 보이는 여인을 그림 그림들. 천재 화가였지만 인정 받지 못하고 불운하게 살다 간 그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여인의 표정!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모습을 담은 그의 그림에는 어쩐지 생을 초월한듯한 그런 눈빛을 담고 있다.

햄릿의 오필리아라는 이름을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존 밀레이의 그림! 누군가의 죄를 대신해 죽음을 택한 그녀의 삶이 이 한편의 그림으로 더욱 아름답게 승화된것만 같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햄릿의 이야기중에 오필리아라는 여자의 죽음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이유가 무얼까? 그건 아마도 이 그림 때문인지도! 그리고 눈먼 소녀 뒤로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너무나 대조적인 한편의 그림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왠지 쌍무지개를 눈먼 소녀가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미술 공부를 하러 간 샤갈! 프랑스에 푹 빠져 자신의 러시아 이름 ‘모이슈 세갈‘을 프랑스식 이름 ‘마르크 샤갈‘로 개명했다는 이야기는 왜 처음 듣는 이야기 같은지! 샤갈의 아름다운 그림에 영감을 불어 넣어준 아내 벨라 샤갈의 시 한편이 그림을 대신해 주는 느낌마저 들어 가만히 낭독하게 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소설의 한구절을 실어 놓아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이 달라지게 만드는 저자의 술책! 나쁘지 않다. 무언가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지 차이! 한쪽 귀걸이만 보이게 그린 그림이지만 어쩐지 반대쪽 귀걸이도 보이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귀를 뚫은 소녀의 아픔까지 전해지는건 나만의 착각?

빠지지 않는 우리화가 이중섭의 그림 이야기! 그의 소 그림에서는 강한 힘을 느끼지만 가족과 떨어져 가족을 그리워하며 쓴 그림 편지에서는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림보다는 그가 쓴 편지글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살아생전 화가의 마음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되는 것만 같다.

마치 미술관 의자에 가만히 앉아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이 책!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지금 이때 북캉스로 딱인 그림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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