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슬로북 Slow Book 3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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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고 전시를 보고 책을 읽으며 일상을 보내는 나날들을 기록하게 된다면 함정임 작가처럼 할 수 있을까?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내게 안부를 묻는것조차 조심스러운듯 건네는 짧은 산문들! 손과 눈이 그리고 마음이 머물게 되는 문장들! 한번에 휘리릭 읽어버기보다 늘 곁에 두고 느릿느릿 한꼭지씩 읽고 싶은 책이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고 무슨 책을 읽고 무엇을 느끼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은 내가 갔던 장소, 읽었던 책,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면서 혹은 전혀 새로운 것도 있지만 그래서 더 책을 읽는 즐거움이 있는 산문집!

오랫동안 박물관 중독자로 살아왔다는 작가의 이야기! 저자는 유물을 만나야 창작에 자극을 받는 예민한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그런 곳이 한곳쯤은 있기 마련! 나 또한 어디를 가든 박물관 혹은 미술관을 꼭 들르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도서관이나 책방 중독? 책읽기를 즐기고 책을 좋아하는 성격탓에 늘 어디를 가든 책이 있는 공간을 찾곤 한다. 어느 골목안 서너평도 안되는 작은 서점주인의 친절, 창고 같은 서점에 사과박스를 쌓아 책장을 만든 놀라운 솜씨, 누군가의 집 창고속에나 있을법한 손때묻은 책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글자를 쓰윽 넘겨보는 즐거움, 무엇보다 서점이라는 공간안을 다양하게 꾸며놓은 책방주인장의 솜씨에 반하거나 우연히 눈에 띈 우리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제일 크다. 물론 저자가 추천하는 대학박물관도 가보고 싶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하늘 아래 새소리뿐, ‘
- p55

톨스토이가 태어나고 묻힌 마을을 찾아갔다가 누군가 귀띔해주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스쳐 지나올뻔했던 톨스토이의 무덤에서의 느낌을 담은 글을 읽으며 얼마전 유럽 여행에서 찾은 샤갈의 무덤을 떠올린다. 샤갈이 죽기전 남은 여생을 보냈던 남프랑스의 작은 성곽마을 생폴드방스! 마을 어귀 공동묘지에 샤갈의 무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그곳! 주변의 화려한 무덤들에 비해 참 소박했던 샤갈의 무덤위 수많은 작은 조약돌들! 샤갈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었던 그곳 성곽마을에서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한 샤갈의 무덤은 소박하지만 왠지 행복한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그가 그리던 그림처럼 영혼은 고향으로 날아가는 것 같은 그의 그림을 떠올렸던것 같다. 초록의 자연뿐 아무것도 새겨놓지 않은 톨스토이의 무덤이 아름답게 여겨졌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게된다.

그리고 드문 드문 눈길을 사로잡는 작지만 감각적인 흑백사진! 늘 칼라 사진에 길들여 있다가 흑백 사진을 보니 괜히 센티한 감상에 빠지게 된다. 사진의 크기는 그리크지 않지만 그 느낌이 좋아서 나는 이 산문집을 사진에세이라고 우기고만다. 카뮈의 이방인 이야기를 읽으며 그 책이 그런 참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미처 몰랐고 모네와 프리다 칼로가 부엌에서 요리하기를 즐겼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일산 호숫가와 홍대를 떠나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앞으로 어느 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며 살게 될까 미래를 꿈꿔 본다.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바닷가 오솔길을 걷고 한때는 내 18번이기도 했던 노래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흥얼거리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에게
안부를 묻고
삭히며 털어버리며 걷고
손을 내밀어 가만히 얹고
보듬어 안고,
잠에서 깨어나 잠들 때까지
그곳이 어디든,
별일이 없기를.’

누구도 물어주지 않는 내 안부를 물어주는 것 같은 함정인 작가의 사진에세이! 내 여행길의 동반자, 일상의 위로와 안식이 되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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