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비룡소의 그림동화 4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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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아무리 불러보지만 내겐 그리 익숙하거나 친근한 이름이 아니다.
내겐 그런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없어서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보며
가슴 한구석에 싸아~하게 밀려드는 슬픔이란 파도와 부러움을 함께 느낀다.

이미 다자란 어느날 치매에 걸리신 할아버지,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기억은
그리 추억이라 말할 만큼 좋은 것들이 아니다.
물론 함께 살지 못해서 서로 가까워지지 않아 낯설은 탓도 있지만
거동도 불편하시고 말씀도 잘 못하시고 항상 온 집안에 풍기던 향긋하지 못한 것들의 기억이
지금은 가슴 한켠에 무채색의 그림이 되어 뽀얀 먼지에 쌓여있다.
깨끗이 닦아 예쁜 추억으로 만들어 보고 싶지만...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까?
점점 아이들이 자라며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들이 줄지만
언제나 양팔가득 환한 미소와 함께 너무너무 반갑게 맞아 주시는 우리 아이들의 할아버지!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참 재미나게 놀이를 한다.
가장 즐겨 하는 놀이가 알까기다.
아직 힘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를 상대로 언제나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헛헛헛' 웃으시며 살짝 살짝 알을 허공으로 날리시고
니가 이겼다며 이겨서 좋아하는 손자의 모습에 더 즐거워하신다.
아무리 해도 따라올 수 없는 공기놀이를 할때도 마찬가지!
손자가 한번만 봐달라면 그러마시고 잘못한것도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 주시는
항상 지는 게임을 하시지만 이긴 손자보다도 더 좋아하신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놀이는 윷놀이!
명절에만 하는 놀이로 생각할 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윷을 힘차게 던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황홀해 하고
자기는 윷이나 모가 나오기를 바라는 맘에 살짝 던져 보지만 만만찮다.
그래서 혹여 ŸU이라도 나오면 온 집이 떠내려가게 환호성을 질러대고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한데도 이긴것처럼 으시대지만 그것도 이쁘게만 여기시는데...
그리고 어느새 할머니와 온가족이 게임에 동참해야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항상 할아버지의 부채살같은 주름이 펴질날이 없지만 행복하다면 그만!

이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와 같은 추억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할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고
또 할아버지와 가진 추억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책속의 주인공처럼 할아버지의 빈의자를 바라보게 되는날
점점 잊혀져 흑백이 된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슬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첨 이책을 펼쳐볼때는
그냥 스르륵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그림 같지만 책장을 쭈욱 넘기며 보면 볼 수록
그림을 따라 할아버지와 아이를 따라 다니며 내게는 없는 추억을 가지게 되고
마지막 아이가 빈의자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에선 그 추억이 그리움이 되어 가슴속 저 밑바닥을 차고 올라오는 느낌이다.
점점 흐릿해지지만 잊을 수 없는 옛 추억같은 흑백그림과 수채화가 어우러져
추억이 그리움으로 짙어 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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