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문구 작가의 [우리동네]를 읽으며 농촌 풍경을 이토록 유쾌 통쾌하게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했는데 그에 못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종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농촌을 배경으로 그들의 삶을 무척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달변의 글로 잘 풀었다는 것만은 안다.

소설속에도 등장하는 ‘놀러가자고요’ 라는 이 문장! 아마도 뭘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바쁜 척, 어른인 척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고대 문서 같은데서나 등장할법한 농사짓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이 한권의 책속에 웃픈 현실처럼 담겨 있다. 어느새 도시화 바람이 불어와 그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져가고 있는 세상이지만 어쨌거나 백년도 못사는 인생 지지고 볶으며 재미지게 놀다 가는거지라고 범골 마을 사람들이 알려준다.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모여 있는 백호리 범골마을, 아무도 알리 없는 이 마을에 등장한 성염구는 범골마을 120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게 되는데 그 전모를 밝히는 글을 통해 범골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보게 한다. 범골사를 쓰기 위해 수집한 자료들에 등장하는 범골 마을 사람들과 기록에 얽힌 에피소드가 참으로 실감난다. 범골 마을의 농사를 도맡아 좌지우지한 김천소의 노트, 분명 소설가인데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이담무의 범골 배경 소설, 도시로 갔다가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 농사꾼이 된 한때 라디오 방송에 나가기 위해 쓴 이덕순의 엽서등 범골사보다 더 알찬 해설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장난 아닌 네이밍 센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캐릭터인지 딱 와닿는 이 범골마을에는 생활의 달인에 등장할 수준의 온갖 달인들이 산다. 모내기달인, 부업의 달인, 견인의 달인, 바둑의 달인등 그들의 에피소드들이 하나같이 재미지다. 그와중에도 농촌 사람들끼리 한번씩 나들이를 하는데 어느날 놀러가자고 마을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화거는 노인회장 조강지처 오지랖의 전화통화가 이 소설의 하일아리트! 그저 간다 안간다 한마디면 되는데 보청기를 끼고도 잘 들리지가 않는다는 할아버지에게 외치는 그 말은 바로 ‘놀러가자고요’!

악을 쓰며 놀러가자고 외치는데도 각자 자신들의 개인 사정 이야기만 늘어놓는 마을 사람들과 목이 쉬어터질 지경으로 대거리 하는 오지랖여사의 그 오지랖은 정말 못말리는 수준! 바로 옆에서 전화통화를 듣는 기분으로 손녀 자랑하는 할머니, 아직도 기회만 생기면 작업을 거는 55년전 첫사랑, 마누라 힘든일 시킨다고 걱정해주는 사람, 자식 사업이 폭망해 마누라가 들어 앉았다는 사람, 노인회장 마누라랑 통화하면서 노인회장 험담을 늘어 놓은 할머니, 마을 왕따들과 통화를 하게 된다. 요즘같이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이런 세상에 보기드문 안부전화통화가 문득 그리워진다.

살면서 제대로 놀아 본 적 얼마나 있을까? 진짜 사는게 무엇이고 노는게 무엇인지 아는듯 살아가는 범골마을 사람들!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제대로 소풍 즐기고 가는 범골마을 사람들과 함께 현대인들도 인생 소풍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 그런 의미에서 놀러가자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