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끔 연필에게 살짝 무엇인가를 기대할때가 있다. 시험시간에는 특히 더 그렇다. 그래서 연필을 굴려 사지선다형의 문제에 대한 답을 얻어내기도 하고 연필심에 침을 발라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 우연찮게도 정답이 되어 생각지 않은 기쁨을 주기도 하고 새까만 글씨로 잘 쓰여진 글은 내용이 좀 빈약하다 해도 나름 멋지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그 연필이 그냥 보통의 연필이 아니었던가 보다. 요술연필 페니! 사전과 함께 부록으로 딸려 와 랄프의 필통속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다. 어딜가나 꼭 텃세를 부리는 것들이 있고 그 반면 친구도 있다. 한번 쓰면 지워지지 않는 검은매직펜이 대장인듯 텃세를 부렸고 수정액이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도 지켜야할 규칙이 있었다. 랄프가 필통을 열때는 누구도 말을 해서는 안되고 절대 랄프를 도와 무엇인가를 고쳐 주어서도 안되며 이런 규칙을 어길 시에는 당장 필통밖으로 ?겨 나게 된다는 규칙!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사람사는 세상과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어떤 새로운 사람이 오면 따뜻하게 맞아 주고 다정하게 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얼른 빨리 알아서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가든지 아니면 물러나라는 식의... 그리고는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다. 필통 속의 모습이 딱 그랬다. 그런데 페니는 랄프가 틀린 철자를 쓰는 것이 안타까워 랄프를 도와 받아쓰기와 수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그로 인해 필통속에서 ?겨 나게 되고, ?겨난 곳은 다름아닌 소파뒤였다. 잠깐 우리집 소파에는 어떤 물건들이 쫓겨나 있을지 들여다 보았다. 리모콘과 책, 그리고 아들 아이의 양말이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 필통속에서 ?겨난 연필은 거기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 책가방을 한번씩 빨려고 보면 책가방속에 연필들이 필통속에서 ?겨나 있다. 이 연필들은 어떤 규칙을 어겨 ?겨난것일까? 그리고 가끔 필통속에 있어야 할 연필이 종종 없어질때가 있다. 분명 나는 쓰고 잘 넣어 둔거 같은데 말이다. 필통속에서 지켜야할 규율을 어겨 ?겨난 것일까? 그리고 요술연필 페니는 여기저기 떠돌며 여러 우여곡절끝에 다시 랄프의 손으로 돌아가게 되고 수정액 또한 용기를 내어 필통속의 평정을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 또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용기란 것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 물론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도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도 잘못을 고칠 수 있는 용기가 꼭 필요하다는것! 그런 용기를 보여준 것이 바로 수정액이다. 지금 요술연필 페니는 필통속에서 친구들에게 자신이 돌아오게 되기까지의 모험담을 들려 주고, 친구들은 페니가 없는 동안 어떻게 수정액이 검정 매직펜을 ?아 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자석으로 꽉 닫혀 있는 필통 속이 왠지 시끌시끌할거 같은 느낌에 필통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