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뒤편, 영리! 책 제목이 영 와닿지 않고 퍼뜩 이해가 안되어 별 기대감없이 책을 펼쳤다. 사실 늘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보다가 100페이지도 안되는 요즘 책 같지 않은 책 두께가 만만하기도 했지만!그런데 이 책, 번역이 참 잘 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보통 번역서들이 글이 좋아도 번역이 영 어색할때가 많은데 이 소설은 작가의 문장과 내용에 딱 어울리는 번역이다. 배경이 되는 장면이나 주인공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게 그려진다. 작가가 글을 잘 써서인지도! 문득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떠오르던 이야기!1장은 낚시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인공이 이와테로 전근을 오고 새롭게 사귄 친구 히아사와의 낚시 이야기를 한다. 요즘 한창 도시어부를 즐겨보다보니 낚시 이야기가 은근 흥미롭게 들리기까지 하는데 히아시라는 친구는 붕괴되는 모습에 도취된 어딘지 남들과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주인공도 마찬가지! 어느날 갑자기 히아사가 전직했단 소식을 접하게 되고 다시 상조회에 취직 한 그전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히아사와 재회를 하게 된다. 역시 사람의 놀라운 환경 적응 능력! 2장의 이야기는 히아사를 비롯 주인공의 애인과 여동생등 그동안 뜸했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글이다. 히아사의 연락을 받고 간만에 나간 자리에서 어쩐지 사소한 일로 서로 어긋나게 되고 마는데... 이들의 관계는 아마도 히아사의 상조회 가입 부탁을 들어주게 되면서부터 틀어진게 아닐까? 같은 회사에 근무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보험회사나 정수기 회사에 취직해 건수를 올려야 한다며 찾아오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그렇듯! 또한 동성애인과의 서먹해졌지만 우정으로 이어가는 관계나 결혼소식을 알려 온 여동생과의 관계등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유지가 어느정도 거리를 두어야 적당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3장에서는 지진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은 건물에 사는 요주의 인물 ‘다음 사람’과의 불편한 이야기와 히아사의 실종소식! 한때 친구였던 히아사의 행방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주인공은 히아사의 본가에 찾아가게 되는데 아버지로부터 자기가 알던 히아사와는 전혀 다른 히아사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당황하게 된다. 어쩐지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느낌!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내게 자신의 진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나와 친해진거라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처음부터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친구와의 관계와 옛애인과의 이야기등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게 만드는 작가의 작전! 전혀 다른 상황들이 전개되는 각 장의 이야기들은 미스터리하면서 스릴러적인 느낌을 약간 주기도 한다. 또한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면엔 어떤 다른 모습이 숨어 있을지 문득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낚시를 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해 낚시를 하며 직접 상류로 무언가를 찾으러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기법도 역시! 상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