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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파는 법 - 온라인 서점에서 뭐든 다하는 사람의 기쁨과 슬픔 ㅣ 땅콩문고
조선영 지음 / 유유 / 2020년 12월
평점 :
나에게는 책에 관한 책은 모두 재미있는데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쓴 책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출판사 편집자들의책은 은근히 많이 나왔고 읽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는 분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책을 내는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저자들이 책이 나오면 판매동향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온라인 서점의 판매 포인트다. 그래서 판매 포인트 노예라고 하는 모양이다.
종종 궁금했다. 내 책의 판매 동향을 예의 주시(?)해보면 인터넷 서점 MD가 내 책을 50권을 한꺼번에 주문한 경우에 재고가 남는 실패를 하지 않더라. 가끔 50부를 한꺼번에 서점 재고에 넣었는데 판매가 더디면 이 사람 이번엔 실수 하는 것 아닌가라는 동정을 하게 되는데 어쨌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꾸역꾸역 다 팔기는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는 조선영 작가가 쓴 <책 파는 법>을 읽고 있자니 내 동정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겠다. 과연 많이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량주문했는데 생각보다 팔리지 않았을 때 그들은 피가 바싹 마르는 마음 고생을 한다. 세상에 남의 돈을 버는 것 중에 쉬운 일이 없다는 것도 알겠다. 책을 좋아해서 서점 직원이 되었지만 책과 함께 마냥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내는 입장에서는 내가 쓴 책이 왜 신문 서평 기사가 안 나오는지, 온라인 서점의 대문에 소개되지 않는지 궁금하고 속상하다. 물론 나도 인터넷 서점이유명한 출판사, 저자 위주로 좋은 곳에 배치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책 파는 법>을 읽다가 1주일에 1,500종의 책이 출간된다는 것을 알고는 한 줄이라도서평기사가 나고, 인터넷 서점에서 MD추천 꼭지라도 실리면 무척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겠다. 더 끔찍한 사실은 하루에만 200권 이상의 신간이등록된다는 사실이다.
조선영 MD가 생각하는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많이 팔리는 책을 쓰고 싶은 작가와 좋은 책을 읽고 싶은 독자에도 좋은 나침반이 될 것 같다. 소개하면이렇다.
1. 얼마나 새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 주는가.
2. 책 읽는 이들에게 생각할 만한 문제를 계속 던져 주는가.
3.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가
1번은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책이고, 2번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한 쪽 뇌를 사용하게 해주는 책이며 3번은 지금 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확대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영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좋은 책과 많이 팔리는 책은 일치 하지 않는다. 많이 팔리는 책이란 결국 사람들의 욕구가 향하는 곳을 집어낸 덕분이다.
독자들도 서점 직원들도 하루에 수백 종이 쏟아지는 책을 모두 꼼꼼하게 고를 수는 없다. 결국 조선영 작가처럼 표지, 제목, 책 소개 자료, 베스트셀러를 낸이력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나도 이런 기준으로 책을 고른다. 개인적으로 표지 디자인과 제목 뽑는 실력도 출판사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출판사의 책을 고르면 최소한 읽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는 확연히 줄어든다.
그러면 나는 <책 파는 법>을 왜 골랐는가. 우선 유유출판사가 좋은 책을 많이 내는 곳이라는 신뢰와 작가나 출판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책을 파는 입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직관적이고 명료한 책 제목 때문이었다. 물론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아서 작가로서 그리고 독자로서 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은 책이다.
책을 부담감을 가지고 읽을 필요가 없다는 조선영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독자들도 하루에 200권 중에 두어 권을 골라야 하는 인터넷 서점 MD 처렁 읽었으면 좋겠다.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자료로 후보를 압축해서 정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책을 구매하고 읽는 방식 말이다.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이니까 꼭 읽어야 하는 의무감 이런 것은 버려야 한다. 그러고보니 <책 파는 법>은 제목처럼 파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좋은 책을 고르고 책을 읽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수도 있겠다.
그 밖에 굿즈, 띠지, 작가와의 만남 행사 등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책 읽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책 주문하기’의 즐거움의 상당수가 조선영 작가와 같은 서점 직원들의 고군분투 덕분이라는 것도 알겠다. <책 파는 법>은 제목을 편협하게 정했다. 이 책 한 권으로 너무나 많은 재미와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