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빠른 독자들의 치명적인 단점은 이미 산 책인지 모르고 또 산다는 것이다. 최근에 우엘벡의 <소립자>를 재미나게 읽다가 100쪽 가까이에 이르러서야 이미 읽은 책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둔해도 그렇지 이토록 짜릿한 내용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나는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격언을 철저히 책 구매에 적용하는 사람이다. 우엘벡의 모든 저작을 주문하려다가 간신히 참고 다음 기회로 미뤘다.

 

그런데 어쩐지 싸한 느낌이 들어서 서재를 뒤졌는데 세상에! 우엘벡의 나머지 저서가 빼곡하게 한자리에 있더라. 산 책을 잊고 있었던 우매함보다는 책 구매에 관한 나의 열정과 집요함에 감탄하게 되더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정말이지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몇 해 전 <채식주의자>를 읽다가 너무나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 이후로 한강 작가의 책은 읽지도 사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긴 나는 한국현대소설은 아예 읽지 않는 편에 가깝게 된 지 오래되긴 했다. 그런데 웬걸! 한강 작가의 시집이 떡하니 서재 구석에 있다. 이 시집을 보고 한강 작가가 시도 쓴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분명 누가 좋다고 해서 사긴 샀을 텐데 누가 왜 추천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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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11-01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셸 우엘벡의 책은 (확실히) 다 샀기 때문에 중복으로 살 일은 없겠지만 다른 책들은 개정판이면 산 건지도 모르고 또 사요ㅜㅜ 읽다가 어 이거 분명 읽은 책..-_- 하게 되네요ㅠㅠ

박균호 2024-11-02 03:28   좋아요 1 | URL
저랑 같군요 ㅎㅎ. 그래서 제목만 바꿔서 내는 경우엔 정말 ㅠㅠㅠ

초란공 2024-11-01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책을 책장에서 새로 발굴하는 맛도 가끔은 있어야지요~! ㅋㅋ 선물로도 줄 수 있고요^^

박균호 2024-11-02 03:29   좋아요 0 | URL
산 책 발굴 !!! 재미난 표현이네요 ㅎ

stella.K 2024-11-02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다른 중요한 말씀은 앞에서들 다 하셨고, 그 시집이 유일한 한강 작가의 시집이라더군요. 시부터 시작한 작가들 많찮아요.
근데 열 가지를 아는 격언을 책 구매에 적용하신다는 말씀에 빵터졌습니다. ㅎㅎ
요즘 잘 지내시죠?

박균호 2024-11-02 10:51   좋아요 1 | URL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 글을 쓰야 하는대 읽는게 재미나서 시간을 죽이고 있네요 ㅎ

서니데이 2024-11-02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균호님 잘 지내셨나요.
새 책들이 많이 나와서 사는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점점 더 늦어지는 것 같아요. 조금 천천히 사면 되는데 잘 안됩니다.
주말 날씨가 따뜻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박균호 2024-11-02 12:1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잘 지내시죠? 언제나 글 잘 읽고 있어요 .

yamoo 2024-11-02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죠. 우엘벡 소설1권, 조르주 페렉 소설2권, 필립 로스 소설 1권 등 중복되는 책을 많이도 샀죠. 못찾아서 산 책도 있어요..ㅜㅜ

박균호 2024-11-02 12:47   좋아요 0 | URL
우엘백 좋아하는 분이 많네요 ㅎ 이래저래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