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두 배로 늘었다. 한 살 터울 자매이자 동급생인 두 명의 여학생이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이 조그마한 여학생 자매와 두 명의 남학생은 금지옥엽같은 제자가 되었다. ‘엄마가 싸준 맛있는 도시락’이라고 말하는 효심이 깊은 아이, 사정이 생겨서 수업을 못하고 자습이라도 하자고 하면 수업을 하자고 귀엽게 떼를 쓰는 아이, 교정에서 만나면 반갑다고 달려오는 아이들이다.
출근 길에 학교를 향해서 걸어오는 이 네 명의 아이들을 보면 창문을 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게 된다.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 이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학교 다운 학교, 학생 다운 학생, 교사 다운 교사’ 시절이 다시 느껴진다.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수업이 취소되면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퇴근길에 맛나다고 소문난 빵집을 찾아가 빵을 사서 냉장고에 고이 넣어두었다가 혹여 뭉개 질까 조심스럽게 학교에 가져가서 이 아이들과 나눠 먹었다.
코로나 때문에 다시 전면적인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내년 2월도 마찬가지라 올해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이 아이들과 마지막 수업이 되었다. 서운했다. 다시는 이 아이들과 교실에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그랬다. 마지막 수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다. 다만 이 날만은 아이들과 정답게 산책을 하고 싶었다. 눈은 오지 않지만 바람이 매서운 시골 길을 걸었다.
신영복 선생과 여섯 아이들이 함께 한 소풍이야기가 생각난다. 같은 추억일지라도 각자에 따라서 추억의 크기는 다르다고 하더라. 이 아이들이 어른이되어서 2020년 12월 24일 나와 함께 걸었던 이 장면을 기억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라도 해도 우리의 추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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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25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균호님,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의 기쁨을 나눕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학생시절에 만났던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오래 가는 것 같아요.
아마도 선생님의 금지옥엽 제자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거예요.
비대면으로 이어지는 올해의 시간들을 지나 내년에는 좋은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균호 2020-12-25 16:23   좋아요 2 | URL
네 감사해요 모쪼록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1-01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박균호 님이 뜻하는 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 ★ ★
응원하겠습니다.

박균호 2021-01-01 14: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님도 복 많이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