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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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을 들락거린지 어언 4년. 이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는데.. 거의 매일 알라딘을 들어오므로 왠만한 책의 제목은 늘 익숙하다. 즉, 읽지 않았어도 괜히 친숙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그렇다. 인터넷서핑시간을 줄이고 책을 더 읽는데 매진해야한다!)

 이야.. 이 소설을 읽으면서 타임스킵퍼라든지 토포러가 정말 존재하는 건줄 알았다. 뒤에 심사평을 읽고서야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이론(?)들이 순전히 구라라는 것을 알았다! 오, 이토록.. 놀랍게 구라를 잘 칠 수 있다니 ㅋㅋ 이 책을 주말에 금세 다 읽어보고는 지식인에서 검색해보려고 했는데.

 결론은 정말 빨리 읽히고 재밌다. 거기에 적절한 생각거리와 약간의 감동도 준다.

 단점이라면, 너무 여러가지 인물들의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하여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들이 반복된다는 것. 이야기의 끝마다 너무 교훈을 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는 점.

 나도 이런 캐비닛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루한 일상을 등지고 열기만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샘솟는 이야기 창고 말이다. 끝으로 작가의 소설가로서의 시작을 한없이 축복해주고 싶다.

 어쩐지 이 글 너무 묘하다. 그래서 옮겨본다.

어느 날 시장에서 돌아온 피노키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목장 제페트에게 물었다.

" 할아버지, 저는 사람인가요 나무인형인가요?"
소목장 제페트는 슬픈 눈길로 피노키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얘야, 슬퍼하지 말거라."
네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단다.
사람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훌륭한 것도 될 수 있지."
그러자 피노키오가 환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럼 저는 훌륭한 나무인형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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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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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노튼이 특별한 고양이였다면 마리네 집의 도리, 무리, 겐, 노라, 타냐, 쏘냐는 정말 평범하기 그지 없는 개, 고양이들이다. 그래서 더 정이 갔다. 안타까운건 요네하라 마리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이 사람이 아니라는거.

이 책이 <파리에 간 고양이>와 구별되는 것이라면 등장하는 동물들이 평범하고 저자가 동물들의 일반적인 성격을 많이 기술했다는 점, 그리고 한마리가 아닌 여러마리가 한 집안에서 가족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여러가지 신기하고 재미난 부분들이 많았다.

러시아 애묘가 협회 회장님인 니나의 이야기가 제일 우꼈다. 고양이와 대화를 하고, 사람인데 고양이같은 행동을 하고.. 고양이와 대화하는 부분이 정말 압권인데 정말 고양이와 대화하는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 하지만 마리가 듣기에는 그 둘의 대화는 "야옹" 일색.. 이런식으로 서술해놓은게 더 재밌다. 우리가 듣기에는 계속 야옹인데 알고보면 다양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

중성화 수술을 한 도리와 무리의 고뇌는 중성화 수술을 해도 동물의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알고있던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본능이 앞선 순간이지 뭔가. 무리가 결국은 고양이에이즈로 사망한것은 정말 안타까웠다.

천둥소리를 너무 무서워한 집나간 겐은 결국 어떻게 된걸까. 앞발만 집안에 들여놓곤 하던 버릇, 그 모습을 찍은 사진은 마음을 짠하게 했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편견은 늘 존재한다. 같은 행동을 해도 저 사람은 독신이기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한다라는 편견은 우리사회에 얼마나 널려있는가. 마리도 그런 편견에의 고뇌를 똑같이 하고 있었다. "생판 남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부대끼며 사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나는 포용력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거 같아. 항상 말과 행동이 직선적이고 여유가 없어. 감정조절도 잘 못해. 인간을 이해하는 데는 부족한지도 몰라"라며 자문자답하는 부분에서는 어쩐지 남일 같지가 않다. :)

애완동물을 맞이하기도 전에 나는 우선 동물과 관련된 책들을 섭렵하며 개 혹은 고양이를 키우는 상상만 하고 있으니 나도 참. 그래도 동물이 등장하는 책은 늘 재밌고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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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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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미술관련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처럼 마음속의 무언가가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가라앉은 마음에 그림 한점한점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많이 보지 않은 그림들이라 책을 읽는 맛이 쏠쏠했다. 그리고, 저자의 다정한 말투는 계속해서 나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림 뿐 아니라, 책 까지 인용되어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를 어서 찾아 읽어봐야겠다. 단테의 <신곡>도!

이 책에서 나온 그림 한점을 올려본다. 많이 공감되는 구절이라..



존 슬론, <일요일, 머리를 말리는 여인들 Sunday, Women Drying Their Hair〉(1912)

여자들은 아마도 근처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듯 보인다. 주중에 고달프게 일을 했을 것이고, 경제적으로 또는 심적으로 편하지 않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씨 좋은 일요일, 옥상에 올라가서 같이 빨래를 널어놓고, 함께 젖은 머리를 말리는 모습이 상쾌하고 즐거워 보인다. 머리의 물기를 털어 내듯 고민도 울적함도 털어내버린다. 눅눅한 슬픔은 웃음소리를 따라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제는 정말 보송보송하고 개운하다.

힘들 때에는 가까이 있어주고, 자기편이 되어주고,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그 어느 하나 친구에게 베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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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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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여름에 읽고는 홀딱 반한 작가 코맥 매카시. 그는 1933년생이다. 나이가 일흔을 훌쩍 넘겼다. 그렇게 두껍지도 않을 이 책을 꽤 오랫동안 잡고 있었다. 한번에 쭉 읽어나갈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구가 멸망을 한걸까. 왜. 자연재해 때문인가. 아님 전쟁때문인에?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폐허가 된 그 길위에서 남자와 소년의 비참한 여정은 시작된다. 굶주림, 추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읽는 내내 엄습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늘 너무나 배가 고프다. 죽을 만하면 어디선가 부패해가는 통조림을 발견한다. 너무나 춥다. 담요와 방수포로 온몸을 감싸고 그렇게 하루밤을 길 위에서 샌다. 우리말이 아닌 번역된 소설에 이렇게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은 번역을 잘 한때문도 있는 것 같다.

하루하루 지쳐가고, 누워서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려 했으나 생각할 삶이 없었던 남자. 그에게 희망은 자신의 아들인 소년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실제로 그는 소년의 뒤에서 빛나는 빛을 보았다. 이 소설은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이지만 특별히 부성애를 강조한 것 같지는 않다. 가족의 연이 아닌 타인이라고 설정했어도 그 의미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끔찍한 세상이라도 그저 여기에 너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한걸까.

남자는 소년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사는게 아주 안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생각에 따라서 그 희망의 의미가 무엇일지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 소설은 무구한 상상한 낳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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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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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일본소설을 읽어서 인지 아, 이 따뜻한 마음. 겨울을 위해 새로산 솜털이불을 덮은 것 같은 포근함이 밀려온다. 총 5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영화에 의해 매개된다.

<태양은 가득히>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와의 영화에 얽힌 추억이다. 주인공은 훗날 꿈꾸었던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 소설을 내면서 잊었던 친구를 되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가정환경으로 인한 상처를 가진 두 친구이지만 둘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같은 영화를 수십번 반복해보고 고쳐야 할 부분을 되짚어 시나리오를 재구성하고. 그저 우리들의 학창시절만을 떠올려준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했다.

<정무문> 자살한 남편으로 인해 은둔생활을 하는 여인이 비디오가게 청년의 따뜻한 손길로 인해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다. <정무문>이란 영화는 안봤는데.. 이 영화를 보면 정말 에너지가 솟아날까. 비디오대여점 청년이 권해준 이 영화.. 나도 보고 에너지를 얻고 싶다.

<프랭키와 자니> 여자친구의 가출, 그 여자친구의 아버지에 대한 배신을 돕는 것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아버지의 돈가방을 들고 튀어라~ 어쩐지 생각만 해도 우끼다. 이 영화역시 못봤다. 아, 볼것이 많아 기분이 좋다.

<패일라이더> 이 보다 멋진 아줌마가 있을까. 올 블랙으로 차려입고 거침없이 라이딩? 나도 나중엔 꼭 이렇게 용감한 아줌마가 되어야지!

<사랑의 샘> 할머니를 위해 손자손녀들이 의기투합하여 <로마의 휴일>을 상영하게 되는 내용.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예쁜가.

그런데, 무엇보다 이 소설을 재밌게 읽는 법은 각각의 단편이 서로 교묘하게 이어져있다는 것이다. <로마의 휴일>을 보러오는 사람은 총 몇명일까. <정무문>은 어디어디서 나오는가. 우롱차는 누가 마시지. 약해사건으로 죽은 고모토의 남편과 이시오카의 아버지는 어떤 사이? 요런 걸 생각하면서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된다.

나는 보통 소설은 신간으로는 잘 안읽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전에 <GO>나 <플라이대디>를 신간으로 읽었다면 그렇게 식상해하지 않고 재밌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종종 신간도 읽어줘야할듯. 야핫. 힘이 솟는구나. 오랫동안 영화보는 재미를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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