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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베이니 가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민승남 옮김 / 창비 / 2008년 12월
평점 :
간만에 눈물을 펑펑 흘려가야 읽은 이 책을 사실은 초반에 읽다가 그만 읽을까 했었다. 딸이 당한 강간사건 때문에 한가족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나 자신에게 고통스러워서였다. 이틀쯤 이 책을 방치해 두고 그래도 작가가 결말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고 싶었다. 다른 것도 아닌 ‘가족’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소설은 마이클 씨니어, 코린, 마이크 주니어, 패트릭, 매리언, 저드라는 멀베이니 가족의 구성원의 각각의 시점을 넘나들며 거의 가족의 한 세대를 조명하고 있다.
아버지 마이클 씨니어 - 이들 중에서 가장 심리묘사가 적다. 마지막 부분에 심정이 조금 나오긴 하는데 아버지란 존재가 그렇듯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엄격하고,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렇듯 가족을 위해 자신의 온 생을 걸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어머니 코린 - 남편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여자다. 가족이 당한 일을 가장 먼저 수습하기 위해 매리언을 먼 곳으로 보내는 사람. 그 일이 남편과 가족을 위하는 길이었다고 해도 어딘지 냉정함을 가지고 있다. 어려운 일은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려 하며, 생활력이 강하고, 골동품 수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 - 첫째 아들, 가장 먼저 가족의 품을 떠난다. 군에 입대하고 후반부에 집나간 마이클을 만나는 부분에서 읽다가 눈물을 참지 못했다.
패트릭 - 이성적인 과학도. 곧고 바르고 내가 가장 감정이입했던 인물이다. 누이를 망가뜨린 놈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반면에 가장 많이 방황하는 인물이다.
저드 - 막내, 멀베이니 가족역사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아이다. 저드의 시점에서 그 모든 것을 헤아릴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 흩어져가는 가족들은 저드를 통해 그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리언 - 온 생이 고통이었던 아이. 부모로부터 외면당했음에도 꿋꿋이 이겨나가는 생명력 강한 아이. 나중에 휘트를 만나 가족을 꾸리게 된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찌보면 멀베이니 가족중에 가장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읽으며 모든 이의 입장에서 가족은 참 다르게 그려지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같은 구성원으로 마치 인생의 배경으로서 그 추억을 공유하지만 한번 어긋나는 순간 혈육이라는 유대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혈육이기에 다시 서로를 일으켜는 힘도 생겨날 수 있다. 그 원인과 결과를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저드가 말했듯 가족이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매리언이 결국 아버지를 용서한 것으로 가족에 대한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는 것 같다.